역사상 최악의 농업해충은 로키산메뚜기로 알려져 있다. 미국 서부의 로키산맥 동쪽인 몬태나주, 콜로라도주, 네브래스카주 일대에 자주 나타났던 메뚜기 종류다. 1870년대에 농경지를 습격해 현재 가치로 6조원의 피해를 줬다고 한다. 최대 규모 무리가 12조5000억 마리에 달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1902년 멸종됐다. 우리나라도 메뚜기떼 급습을 받은 적이 있다. 2014년 8월 전남 해남의 농경지 25㏊가 수십억 마리 메뚜기떼로 쑥대밭이 됐다. 정체를 알고 보니 메뚜기과에 속하는 풀무치였다.

메뚜기가 대규모로 출몰하면 공포의 대상이다. 성경에선 황충으로 불리기도 한다. 대개 심판이나 재앙의 도구로 나온다. 메뚜기떼는 바람을 타면 하루에 150㎞를 이동할 수 있다. 매일 자기 몸무게(2g)만큼의 작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운다니 왕성한 식욕이다. ㎢당 최대 1억5000만 마리가 움직이는 메뚜기떼는 하루에 사람 3만5000명분의 식량을 먹는다고 한다.

동아프리카에 이어 서남아시아에도 사막메뚜기떼가 창궐하면서 농작물이 초토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케냐 소말리아 에티오피아를 휩쓴 메뚜기떼가 최근 우간다 탄자니아 남수단도 덮쳤다. 농경지가 황폐해지면서 식량난 우려가 커진다. 메뚜기떼는 아라비아반도는 물론 이란 파키스탄 인도까지 공습해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파키스탄 등은 이미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 이젠 중국 국경 부근으로 접근 중이다. 중국 당국이 16일 주의보를 발령한 상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과 처절하게 싸우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영토 밖의 메뚜기떼 침범도 막아야 하니 설상가상이다.

수십년 만에 최악의 메뚜기떼 출현은 기후변화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례적 폭우에 수온까지 상승해 고온다습한 최적의 서식 조건이 만들어지면서 메뚜기떼가 창궐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방치하면 우기가 지속되는 6월까지 메뚜기 수는 500배 폭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경을 초월한 재앙으로 번지고 있으니 지구온난화의 역습이 이렇게 무섭단 말인가.

박정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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