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상훈 윤정희 부부 (13) 생후 8개월 때 우리 품으로 온 막내 행복이

타 종교 기관 통한 입양에 망설이다 “그게 바로 전도”란 하선이 말에 결심

김상훈 윤정희 부부의 열한 번째 막내, 행복이가 지난해 9월 자전거 거치대를 설치한 차량 뒤편에 올라 장난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우리 집 열한 번째 막내는 행복(8)이다. 생후 8개월 때 왔다. 아내는 꼭 한 번은 아기를 키워보고 싶어했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신생아가 응애응애 우는 소리가 들려 눈이 번쩍 떠진다고 했을 정도다. 강원도 불교단체에서 지원하는 입양기관을 통해 아기를 데려오려니 고민스러웠다. 그때 둘째 하선이가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우리는 예전에 대전의 예수님 믿는 곳에서 왔잖아.” “그렇지.” “그럼 전도를 한 건 아니잖아. 이제 불교가 종교인 곳에서 아이들을 데려오면 그게 전도잖아. 안 그래, 엄마.” “하선이 말이 맞네. 역시 넌 날 닮아 똑똑해.” “내가 왜 엄마를 닮아? 난 날 닮았지. 흐흐흐. 그래서 난 김하선이야.”

우리 가족은 꿈에도 그리던 8개월 아기 행복이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는 이번에야말로 얼굴이 하얗고 예쁜 아기를 데려오자고 했는데, 이번에도 선택권 없이 입양기관 원장님이 데리고 나온 아기를 안고 와야 했다. 눈이 작고 눈동자가 새카맣고 피부도 까무잡잡한 아이. 아토피도 있던 행복이는 목사인 나를 닮았다고 했다. 행복이를 품에 안고 내가 말했다.

“허허허. 얘 봐유. 얼마나 이쁜지. 다니엘처럼 눈망울이 새까매잖유. 그리고 까만 건 우리 집 내력이에유. 우리 애들 다 까맣잖아유. 행복아. 내가 아빠야. 여긴 엄마, 자 엄마한테 가 봐.”

행복이는 낮에는 내 품에서 잘 지냈는데 밤엔 유독 잘 깨고 많이 울었다. ‘내일은 괜찮겠지, 내일은 괜찮을 거야’하는 말을 1년 넘게 하면서 기다렸다. 우유도 많이 먹지 않고 옆에 사람이 꼭 있어야 하고 밤에는 끝도 없이 울었지만, 역시 엄마 아빠 품이 그리워서 그랬던 것 같다. 엄마에게 꼭 붙어 떨어지지 않고 지내며 건강하게 자라났다.

이제 초등학생이 된 행복이는 또래보다 운동 신경이 발달했다. 야구 축구 탁구 배드민턴 등 형들처럼 운동을 따라 하게 됐다. 특히 자전거를 참 잘 탄다. 경포호 한 바퀴를 지치지도 않고 돈다. 소나무 숲길을 따라 형들과 함께 안목항까지도 다녀왔다. 기분 좋게 완주하는 행복이를 보면서 조금씩 욕심이 생겼다. 이번엔 주문진까지 가보자며 형들과 함께 출발했다. 어린 행복이가 형들과 자전거 순서를 맞춰 타고 가는 걸 바라보면서, 전에 아내가 한 말이 생각났다.

“우리 아이들의 엄마로 살아가는 이 순간이 행복해.”

이번에는 내가 그 말을 하게 됐다.

“하나님, 열한 남매의 아빠로 살아가게 해 주신 이 순간이 행복이고 감사입니다. 성장하는 아들들을 보면서 제가 늙어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인생은 하나님 앞에서 성숙하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내가 아이들은 자기 삶에 교사이고 스승이라고 했나 봅니다. 저 역시 아내와 같은 고백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제 인생의 교사이고 스승임을, 제 인생의 동반자임을 하나님께 고백합니다.”

정리=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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