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검이 17일 ‘어둠의 인터넷’이라 불리는 다크웹 마약거래 전문수사팀을 신설했다. 서울중앙지검에 있던 마약 전문수사팀을 확대한 것으로, 그동안 누적된 수사역량과 마약범죄 증가 추이를 고려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조치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찰 직제개편 변화 속에서도 전문적인 마약 통제 역량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부산지검은 이날 다크웹 마약범죄를 전담하는 전문수사팀 현판을 내걸고 오는 25일부터 업무에 착수한다. 검찰 관계자는 “서울중앙지검 마약 전문수사팀은 지난해 8월 생겼지만 사실상 2016년부터 인터넷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서 다크웹 수사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며 “이런 수사기법을 전수받아 부산에도 확대 운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정 브라우저로만 접속할 수 있는 다크웹은 고도로 익명화돼 있고 IP주소 추적이 어려운 인터넷 암시장이다. 검찰은 국제마약조직이 한국을 ‘신흥시장’으로 공략하고 있는 점, 다크웹 등을 통한 음성적인 마약거래가 늘고 있는 점을 마약범죄 증가 원인으로 꼽고 있다.

대검이 발표하는 마약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단속된 마약사범은 1만6044명으로 2018년에 비해 27.2% 늘었다. 국민 10만명당 마약사범이 20명 미만일 때는 ‘마약청정국’으로 분류되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10만명당 28명을 넘어섰다. 2017년 258.9㎏이었던 마약류 압수량은 2018년 517.2㎏으로 배 가까이 폭증했고, 지난해에도 5.1% 증가했다.

마약 전문수사팀을 부산에 설치한 이유는 항만을 통해 마약이 유통되는 거점지역이기 때문이다. 국내 마약류 유통량은 꾸준히 증가하는 데다 사회지도층 및 연예계 인사들의 마약 적발·입건 사례도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은 2018년 12월 다크웹에서 마약 매매를 알선한 사이트 운영자와 프로그램 개발자, 전문판매상 등 9명을 구속 기소한 바 있다. 수사기관이 다크웹 마약 사이트 운영자를 검거하고 사이트를 폐쇄한 첫 사례였다. 이들은 해외에서 마약을 밀수했을 뿐 아니라 인터넷에서 배운 수법으로 대마를 직접 재배해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마약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선 한 명의 투약사범을 적발하는 것보다 조직적인 공급책을 통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윤 총장은 지난해 9월 대검이 주최한 제29차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ADLOMICO)에서 “마약 전문수사팀 신설, 수사관 파견 등으로 한국 마약 유입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한 국가만으론 어렵다”며 국제공조를 강조했다. 인사청문회에선 조세·마약 부문을 떼어 내 별도 수사청을 두는 방안에 대해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서 마약은 검찰이 직접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 유형에서 제외됐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 시절 마련된 마약조직범죄수사청 법률안에 대해서도 논의가 사라졌다. 검찰 내에선 그동안 쌓아온 국제공조 시스템이나 마약대응 역량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마약은 검찰의 권한 문제도 아니고 경찰에게 넘긴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며 “수사영역을 넘어 국제 협력, 재활·치료 등 정책을 병행해야 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수사역량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충분한 대응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