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이 17일(한국시간) 네덜란드 도르드레흐트에서 열린 2019-202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최종 6차 대회 남자 1000m 2차 레이스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손을 들며 기뻐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박지원(24·성남시청)이 올 시즌 세계랭킹 1위에 오르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그동안 무명에 가까웠던 박지원은 자신의 시간을 기다리며 포기하지 않았고 찰나의 기회를 잡아 결국 꽃을 피웠다.

박지원은 17일(한국시간) 네덜란드 도르드레흐트에서 열린 2019-202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최종 6차 대회 남자 1000m 2차 레이스 결승에서 1분29초402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전날 1500m에 이어 1000m도 우승하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올 시즌 박지원의 기세는 무시무시할 정도다. 지난해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종합 2위에 오르며 대표팀에 합류한 박지원은 총 6번의 월드컵 대회에서 개인전 7개의 금메달(1500m 4개, 1000m 3개)을 따냈다. 1000m와 1500m 랭킹 1위에 오른 박지원은 종합 랭킹에서도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지원은 주목받던 선수가 아니었다. 단국대 재학 중이던 2015-2016시즌 월드컵 종합 랭킹 8위에 올랐지만 양궁 대표팀처럼 월드 랭커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국가대표 선발전의 벽을 뚫지 못했다.

성남시청 손세원 감독은 “대학 시절 지원이는 가능성은 있었지만 기술·멘털 측면에서 미완의 선수였다”며 “열심히 연습해도 바늘구멍인 대표 선발전을 뚫지 못해 ‘이대로 선수 생활이 끝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며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고 밝혔다.

그런 박지원은 2018-2019시즌 행운의 기회를 얻었다. 곽윤기가 시즌을 치르지 않기로 함에 따라 차순위인 박지원이 국가대표 바통을 이어받은 것. 또 진천선수촌 여자 숙소에 무단침입한 김건우가 자격 정지를 받으며 세계선수권 출전(국가당 4위 이내) 자격도 얻었다.

박지원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성실한 자세로 기술을 익히며 월드컵 1000m 1위, 종합 랭킹 3위로 시즌을 마쳤다. 특히 주종목이 아닌 500m 경기에 적극 나서며 스퍼트 능력을 보강했다.

손 감독은 “인코스·아웃코스 질주 여부에 대한 순간 판단능력이 뛰어난 지원이가 스퍼트 능력과 지구력까지 갖췄다”며 “죽기 살기로 훈련한 지원이를 보면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원은 다음 달 서울에서 세계선수권대회를 맞이한다. 지난 5차 대회 직후 ISU에 “내가 1000m와 1500m에서 가장 강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힌 박지원이 세계선수권까지 제패하면 명실상부한 ‘최강자’로 우뚝 설 전망이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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