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매년 3월 초 열리는 중국의 최대 연중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인민정치협상회의)가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양회가 연기된다면 수십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어서 시진핑 국가주석의 리더십에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오는 24일 상무위원회에서 제13기 전인대 제3차 회의 연기 결정 초안을 심의하기로 했다고 신화통신이 17일 보도했다. 전인대 회의는 다음 달 5일 개막 예정이었다.

장티에웨이 전인대 상무위 법제공작위원회 대변인은 신화통신에 “예방·통제 업무에 집중하고 인민의 생명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시하기 위해 회의를 연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3000명의 전인대 대표 가운데 3분의 1은 각 지방의 주요 지도자로서 방역작업 일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도 이날 전국정협 주석회의를 열어 13기 전국정협 제3차 회의를 연기하는 것을 검토했다고 중국 관영 CCTV가 보도했다.

양회 연기는 수십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은 문화대혁명 이후인 1978년부터 매년 양회를 개최하고 있다. 1985년부터는 매년 3월 개최 전통을 이어왔고, 1995년부터는 전인대와 정협 회의가 각각 3월 3일과 5일부터 약 2주간 열렸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에도 양회는 3월에 열렸다.

양회 개막이 3월 초에서 늦춰지는 것은 25년 만에 처음이고, 양회가 4월로 미뤄질 경우 이는 35년간 이어져온 3월 양회 전통이 깨지는 것이다.

중국 지도부는 코로나19의 확산 추세가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맹위를 떨치는 데다 수많은 사람이 모이면 전염 위험성이 커 양회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소식통은 “코로나19의 위험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전국에서 5000명이 넘는 사람이 베이징에 모이는데, 모두 마스크를 쓰고 회의하는 모습을 전 세계에 보여줄 수는 없어 양회를 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각 지역에서 지도자급 인사들이 빠져나올 경우 코로나19 예방·통제 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시와 후베이성은 코로나19가 발생했는데도 지방정부 양회를 개최해 초기 전염병 대응이 부실했던 게 아니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양회가 연기되면 시 주석의 외국 방문 등 외교 일정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올해 상반기 일본과 한국을 방문하는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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