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 욕지도 주민들이 청정지역 황토흙에서 해풍을 받으며 자란 고구마를 수확하고 있다. 통영시 제공

경남 통영 욕지도 ‘욕지고메원’이 침체된 섬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면서 귀농·귀촌의 모범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욕지고메원은 2015년 욕지도로 귀농한 김민경(55) 대표가 설립한 업체로 욕지도에서만 생산된 고구마를 시중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수매해 재배농가의 소득향상에 도움을 준다. 모양이 울퉁불퉁해 상품성이 떨어지는 고구마를 시중가보다 높은 가격에 대량으로 사들이기 때문에 농민들이 높은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통영 욕지도 고구마를 전국 최고 명품 고구마로 만들겠습니다.”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던 김민경(55) 대표는 2015년 경남 통영 욕지도로 여행을 갔다가 아름다운 풍경에 푹 빠져버렸다. 곧바로 이 풍경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출렁다리 초입 언덕에 있던 고구마 밭 3471㎡을 바로 구입했다.

김 대표는 남편의 반대를 무릅쓰고 통영 욕지도에서 귀농생활을 시작됐다. 남편과 자녀 3명을 부산에 남겨두고 욕지도로 내려갔지만 막상 농사에 대한 지식이 없어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을 조망할 수 있는 욕지도 전경. 통영시 제공

귀농 첫해에 고구마, 매실, 더덕, 도라지, 고추, 호박 등의 작물을 심었지만 대부분이 고사했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강한 해풍과 그 해 대형급 태풍이 욕지도를 거쳐 갔기 때문이다.

“태풍으로 바닷물이 밭에 튀면서 염분 때문에 작물들이 모두 말라 죽었지만 땅속에서 자라던 고구마는 굵은 씨앗을 품고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한 김 대표는 이때부터 고구마에 애착을 가지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질 좋은 고구마를 재배하기 위해 전문서적 등을 살펴보다가 욕지도의 황토질, 해풍, 일조량 등이 최적의 조건이란 점도 알게 됐다.

고구마 농사에 전념하는 김 대표를 지켜보던 남편도 귀농의 매력에 빠져 직장을 그만두고 고구마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3년여간 고구마 농사를 짓다 욕지도 고구마를 전국에 알릴 방법을 찾던 중 고구마를 이용해 도넛을 만들기로 했다.

욕지도 고구마로 만든 고메원도넛. 통영시 제공

1년 가량 ‘고메원도넛’을 개발해 특허출원과 상품화까지 마치는 데는 남편이 젊은 시절 제과, 제빵 기술을 배웠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직접 재배한 고구마와 다시마를 혼합한 고구마라떼 등을 밭 인근 노천카페에서 관광객들에게 판매해 왔기 때문에 사업에도 탄력이 붙었다. 특히 너무 크거나 모양이 안 좋아 상품성이 떨어진 고구마를 일반 시중가보다 높은 가격에 수매한 덕분에 재배농가들도 힘을 보태줬다.

남편 조경래(59)씨는 “아내를 따라 욕지도로 들어오길 너무 잘했다”면서 “처음에는 아내의 귀농을 반대했었는데 만약 그때 아내가 내 말을 듣고 귀농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이런 행복은 없었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 김민경 ‘욕지고메원’ 대표
고구마 농사로 억대 소득… 섬 경제 활성화 주춧돌 역할


통영 욕지도에 2015년 귀농해 고구마를 이용한 ‘고메원도넛’을 설립한 김민경(왼쪽), 조경래씨 부부.

고메원도넛을 판매하는 욕지고메원은 태평양언덕으로도 알려진 욕지도의 랜드마크 제1출렁다리 초입에 위치해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경치를 양쪽에서 조망할 수 있어 욕지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풍광이 뛰어나다. 이곳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고메원도넛은 노천카페를 운영하며 욕지고구마를 전국에 널리 알릴 방법을 찾다가 1년여간의 노력 끝에 개발했다.

고메원도넛은 욕지도 천혜의 식생에서 강한 해풍과 햇볕을 자양분으로 재배한 명품 욕지고구마와 후코이단 성분이 풍부한 청정바다 다시마를 주재료로 사용하고 방부제나 화학첨가료를 넣지 않고 현지에서 100% 만든다. 일반 밀가루도넛은 반죽한 뒤 숙성과정 없이 기름에 튀기지만 고메원도넛은 욕지도 고구마를 오랜 시간 삶고 거르는 과정을 거친 뒤 고온의 오븐과 튀김기에 반복적으로 굽고 튀긴다. 이 때문에 기름에만 튀긴 밀가루 도넛과 달리 기름을 적게 흡수해 느끼하지 않고 담백해 차별화된 맛이 나며 밀가루 도넛보다 열량과 지방함량이 낮고 섬유질도 풍부한 게 특징이다. 고메원도넛의 성분과 제조방법은 특허청에 특허출원했다.

고메원도넛은 2018년 12월 출시한 이후 현재까지 4만개 이상 팔려나갔다. 김 대표는 덕분에 조만간 억대 귀농인의 대열에 들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도넛 판매가 늘어날수록 농민들로부터 수매하는 고구마 양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지난해 가을 농민들로부터 수매한 고구마는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170% 가량 늘었다. 고구마 재배농가들이 환호하는 이유다.

욕지고메원은 지난해 말 도넛상품으로는 최초로 대한민국 대표 온라인 공공쇼핑몰인 우체국쇼핑몰의 엄격한 입점심사를 통과해 판매에 들어갔다. 특히 고메원도넛이 가진 독특한 맛에 더해 건강먹거리라는 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대형백화점이 입점을 제의해 와 현재 협의가 진행 중이며 백화점 등에서 판매할 수 있는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다.

고메원도넛의 판매량이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고구마 재배농가들의 소득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지난해 12월 욕지도에 남해안 섬 최초로 관광용 모노레일이 상업 운행을 시작하면서 올해는 판매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공장을 증축하고 제조시설도 증설할 예정이다. 제조설비가 확충되면 통영시로부터 검증받은 맛과 영양을 내세워 유치원이나 학교 간식으로도 대량 공급할 계획이다.

통영시로부터 명품특산물 지정도 받았다. 앞으로 경남도가 지정하는 특산품 ‘QC상품’으로 지정되면 고메원도넛의 인기는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메(Gourmet)’는 고구마의 경상도 지방 방언이자 프랑스어로는 미식가를 뜻하며, ‘원(one, 元)’은 단 하나와 으뜸을 뜻하는데 이를 결합해 ‘고메원’이라는 브랜드로 이름 붙여져 독자적인 맛을 내는 명품도넛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통영=글·사진 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