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한 달이 됐다. 아수라장이 돼버린 중국이나 유행 단계로 접어든 일본과 비교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확진자 세 명(29~31번)의 상황이 심상찮다. 세 명 모두 해외 위험지역에 다녀오지 않았고 다른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감염원을 알 수 없는 감염자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들은 확진되기 전에 병원과 다중이용시설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바이러스의 해외 유입 단계에서 지역사회 확산 단계로 넘어가는 신호탄일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그렇게 판단했다.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 ‘경계’인 감염병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높여야 한다고 촉구하며 지역사회 방역을 위한 민관 협의기구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우리 사회 어디서든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눈앞에 닥쳐왔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도 코로나19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 주변국에서 지역사회 감염 사례가 증가하고 국내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의심할 수 있는 환자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확산이 본격화할 경우 방역 체계 개편이 불가피하다. 해외 유입을 차단하는 동시에 숨은 감염자를 찾아내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바이러스와의 전선(戰線)은 일선 의료기관으로 확장될 것이다. 흉통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코로나19 판정을 받은 29번 환자처럼 감염을 자각하지 못한 채 병·의원을 드나드는 상황이 속출할 수 있다. 다른 호흡기 질환과 증상이 유사한 데다 해외여행 등의 정황에 의존할 수도 없으니 식별해내기가 쉽지 않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처럼 병원 내 감염 사태로까지 번진다면 걷잡을 수 없다. 의료 현장의 긴장감을 높이는 동시에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가이드라인이 제시돼야 한다. 방역 당국과 의료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입국제한 확대 등의 문제에서 당국과 의료계의 판단이 엇갈리는 상황은 우려스럽다. 적극적인 소통과 조율을 통해 이런 이견이 불안을 증폭시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방역망을 벗어난 바이러스는 당국의 힘만으론 퇴치할 수 없다. 국민의 일상이 곧 방역 현장이 돼야 한다.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 의심 증상이 느껴질 때 동선을 최소화한 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 그런 이들을 백안시하지 않고 포용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 즉 성숙한 시민의식이 감염병을 이겨내는 최고의 백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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