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규 여자 농구대표팀 감독이 18일 서울 송파구 협회 회의실에서 열린 대한민국농구협회 경기력 향상위원회에 참석해 회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경기력 향상위원회는 “이 감독과의 계약 연장은 없다”고 회의 결과를 밝혔다. 연합뉴스

12년 만의 여자농구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성과를 일궈낸 이문규 감독이 사실상 올림픽 대표팀 감독직에서 경질됐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젊은 팬들은 이 감독의 ‘혹사농구’를 용인하지 않았고 이런 여론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18일 서울 송파구 협회 회의실에서 경기력 향상위원회를 열고 “이 감독과의 계약 연장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의 임기는 이달 말까지였다.

추일승 경기력 향상위원장은 “차기 감독은 올림픽만을 위한 감독을 공개 선발할 것”이라며 “여자프로농구 현역 감독 등 더 많은 인재를 확보해 공채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추 위원장은 “공채에 이 감독도 공모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여론의 비토를 받은 이 감독을 다시 뽑기는 어렵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대표팀은 지난 8일 올림픽 최종예선 영국전에서 82대 79로 승리하며 B조 네 팀(한국, 스페인, 중국, 영국) 중 3위(1승 2패)로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첫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결과로 보면 농구계에 경사가 될 만한 일이었지만 공정과 과정에 대한 기준이 높은 팬들의 비난이 쏟아지면서 결국 사령탑인 이 감독이 물러나게 됐다.

대표팀의 경기를 보면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했다. 6일 올림픽 최종예선 1차전 스페인전에서 46대 83으로 패했다. 영국전에서는 간신히 승리했지만 라이벌 중국에게는 또다시 40점차 대패를 당했다.

팬들은 처음에 세계 3위의 강호 스페인전은 포기하고 영국전에 집중하는 전략에 대해 큰 거부반응은 없었다. 그런데 영국전 내용이 문제였다.

지난 8일 세르비아에서 열린 한국과 영국의 2020 도쿄올림픽 최종예선 경기 중 모습.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이 감독은 영국전에서 엔트리 12명 중 단 6명만 기용했다. 이중 절반인 3명은 풀타임을 뛰었다. 4쿼터 중반 16점차로 앞서 나갔던 한국은 막판 체력저하로 80-79 1점차까지 쫓겨 대역전패를 당할 뻔 했다. 대표팀은 다음 날 중국전에서 60대 100으로 무기력하게 물러났다.

올림픽 본선 진출에 대한 기쁨보다 시대착오적 혹사농구를 펼친 것과 본선 경기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여기에다 귀국 후 에이스 박지수가 “문제점은 다들 아실 것”이라고 비판한 점, 이 감독이 “국내 리그에서도 풀타임을 뛰곤 한다”는 언행이 팬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추 위원장은 “혹사 비판이 많이 나왔지만 단기전에서는 결과가 중요해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면서도 “이 감독이 연맹, 언론 등과의 관계에 소통이 미흡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 감독은 이날 “선수들도 나도 힘들다.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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