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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총선의 계절… 교회 흔드는 ‘선거 바람’

[초갈등 사회 예수가 답하다] <2부> 교회, 갈등의 중심에 서다 ④ 선거 유세장이 된 교회

공천 심사를 앞두고 있는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소속 민경욱(빨간 목도리) 의원이 지난 12일 주일예배에 참석했다며 자신의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민경욱 의원 블로그 캡처

“교회는 대단하다. 한꺼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어디 있냐.”

21대 총선을 앞두고 경기도 수원의 한 지역구에 출마를 선언한 A씨는 1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올해부터 새벽기도를 다니기 시작했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지역구 내 5개 교회에 새신자로 등록했다. 서울 서초구 B교회에는 최근 주일마다 지역구에 출마하려는 국회의원 예비후보들이 속속 찾아와 인사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소속 예비후보의 딸이 찾아와 후보자를 대신해 명함을 나눠줬고 16일에는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직접 방문해 선거 피켓을 들고 자신을 홍보했다. 인천 연수구을 민경욱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12일 주일예배를 드렸다는 내용의 글과 사진을 올렸다. 이 게시글엔 “선거 때가 됐나 보다”라는 댓글이 달렸다.

제21대 총선까지는 두 달 가까이 남아있지만, 교회는 이미 선거 유세장이 됐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후보자들이 선호하는 장소다. 선거의 성격에 따라 즐겨 찾는 교회도 대형교회와 중소형교회로 나뉜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교인 200명의 중형 교회를 섬기는 C목사는 “총선 때는 후보들이 중형교회를 많이 찾는다. 중형교회 성도들은 대부분 그 지역 주민이기 때문”이라며 “반면 대선 때는 중소형 교회보다 성도 숫자가 많은 대형교회를 주로 방문한다”고 설명했다.

교구협의회도 정치인과 목사들이 만나는 접점이다. 교구협의회는 동네마다 있는 초교파 목회자들의 모임인데 매달 초 모임을 할 때마다 지역 정치인들이 찾아온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목회하는 D목사는 “원래도 시의원이나 구청장, 국회의원들이 자주 찾아왔는데 선거가 임박하니 이름도 잘 모르는 예비후보들까지 찾아와 인사한다”고 말했다.

‘철새 성도’도 생겨난다. 총선철만 되면 이 교회, 저 교회에 성도로 등록하는 후보자와 가족, 운동원들을 비꼬는 말이다. 철새 성도들 때문에 분란이 발생하기도 한다. 2016년 20대 총선 때는 여야 후보들이 나란히 경기도 용인의 한 장로교회에 등록해 성도들끼리 편이 갈리기도 했다. 이 교회 권사인 한 70대 성도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교인들끼리 상대방을 비방하고 헐뜯으면서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일부 목회자들이 설교 때 대놓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 성도들의 반발을 사는 경우도 있다. 서울 성산동의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20대 총선 때 교회를 옮겼다.

김씨는 “아내의 권유로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담임목사가 설교하면서 ‘다들 아시죠’ 하며 특정 정당의 기호를 상징하는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면서 “선거법 위반을 피하면서 교묘하게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모습에 정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교회와 목회자들의 정치 참여에 대해 기독교인들은 절반 가까이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목사들의 정치적 참여에 대해 응답자의 47.7%가 ‘공적이든 사적이든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답했다.

기윤실 교회신뢰운동본부장 조성돈 교수는 “기독교가 정치의 한 축인 것처럼 비친다면 또 다른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며 “교회의 정치편향 논란이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더 심화될까 우련된다”고 말했다.

서윤경 장창일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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