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 기반 호출 서비스인 ‘타다’는 소속 운전기사를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라고 부른다. 직접 근로자로 고용하지 않고 ‘사업자-사업자’ 계약을 맺고 있다고 말한다. 기사들은 근로자가 아닌 까닭에 임금·보험 등 노동법에 따른 보장을 받지 못한다. 하지만 소속 근로자인 것처럼 지휘·감독을 하면서 의무와 책임을 회피하는 불법 의혹을 ‘꼬리표’로 달고 있다.

타다 측 주장대로 소속 기사를 프리랜서로 인정하면 문제가 없을까. 타다는 불공정 소지가 다분한 프리랜서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사들에게 일방적으로 재계약을 강요하고, 계약조건을 미리 알려주지 않은 채 변경하고 있다. 타다가 고용 계약과 프리랜서 계약 사이에서 ‘유리한 부분’만 취하면서 법망을 아슬아슬하게 피해가는 것이다. 기사들은 ‘법 사각지대’를 누비는 타다 측 영업 행태를 바로잡아 달라고 하소연한다.

타다 운전기사로 일하는 A씨는 지난해 10월 타다의 용역업체로부터 재계약 통지를 받았다. A씨는 지난해 4월 향후 1년 근무에 대한 계약서를 쓴 적이 있다. 계약된 기간이 끝나지 않았는데 일방적으로 재계약 통지를 받은 것이다. 용역업체는 구체적으로 어떤 계약조건이 바뀌는지 설명하지 않았다. 일을 그만둘 수도 없는 A씨는 반박조차 못하고 수정 계약서에 서명했다.

A씨가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는다면 타다 측 행위는 ‘노동법 위반’이다. 다만 이들은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노동법 보호를 받지 못한다. 그나마 하소연할 수 있는 곳은 사업자 간 거래를 다루는 공정거래위원회다. 지위가 더 높은 사업자가 계약에서 불공정 행위를 했다면 처벌 가능하다. 현재 ‘플랫폼 노동’(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SNS 등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노동력이 거래되는 근로 형태)을 둘러싼 프리랜서 계약과 관련해 공정위의 별도 지침은 없다. 대신 계약 환경이 비슷한 공정위의 ‘특수고용노동자 관련 지침’을 참고할 수는 있다.

18일 국민일보 취재팀이 A씨의 계약서 전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타다 기사와 타다 측이 맺은 프리랜서 계약에는 ‘불공정 행위’가 있었다. A씨의 당초 계약기간은 ‘2019년 4월~2020년 4월’로 12개월이다. 타다 측은 계약기간 중인 지난해 10월 일방적으로 재계약을 요청했고, 계약기간을 3개월로 줄였다. 재계약을 하면서 근무 여건 등도 변경했다. 공정위의 특수고용노동자 지침은 ‘일방적 중요 계약 사항의 변경’을 금지한다. 계약서에 기재돼 있는 수수료율, 운임단가 등 지급 대가 수준 및 지급 기준 등이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변경되면 ‘불공정 행위’로 판단한다. 타다가 A씨에게 사전 협의 없이 주요 계약을 변경했다면 불공정 행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타다 측이 바꾼 계약사항은 법망을 교묘히 비켜가고 있다는 게 변수다. 재계약을 한 뒤 A씨는 타다 측으로부터 근무시간을 줄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는 계약서에 없는 내용이다. 1주일에 최대 77시간(하루 11시간)을 근무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1주일에 최대 65시간(5일은 11시간씩, 2일은 5시간씩)만 일할 수 있다.

이는 사용자와 근로자의 고용 계약에서는 명백한 불법이지만 사업자와 사업자 간 프리랜서 계약에선 한쪽이 일감의 양을 일방적으로 줄이는 게 가능하다. 타다 측이 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기사들 입장에선 근무시간이 줄면 임금도 그만큼 감소한다. 강제적으로 줄어든 근무시간이 억울하지만 하소연하기도 애매하다.

타다는 휴게시간도 일방 변경했다. 기존 계약서에는 “휴게시간 90분을 별도 공제하지 않는다”고 명시됐지만, 재계약서엔 “휴식시간을 자율적으로 사용하며 ‘갑’에게 허가된 특별휴식시간의 경우 업무 대가에 반영해 정산한다”고 했다. 이 조항도 타다 측이 노동법과 공정거래법 사이를 ‘줄타기’하는 걸로 볼 수 있다.

정부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타다 기사를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나온다. 타다가 지휘·감독을 하기 때문에 이들을 프리랜서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근로자처럼 일을 시키면서 관련 노동법 보장을 피하기 위해 프리랜서로 포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깔려 있다. 타다의 휴게시간 조항 변경은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조치로 읽힌다. ‘근로자처럼 일을 시킨다’라는 지적을 피하려고 ‘휴게시간의 자유’를 준 것이다. 대신 기사들은 이 조항 때문에 임금이 강제로 줄어드는 피해를 보게 된다.

타다가 법망을 요리조리 피해가는 동안 기사들의 피해만 쌓이고 있다. 그런데도 처벌은 쉽지 않다. 근로자처럼 지휘와 감독을 하고 싶으면 노동법을 정확하게 지키면 되고, 프리랜서 계약을 맺는다면 공정하게 계약을 하면 된다. 타다 측은 두 가지 모두에서 석연치 않은 행동을 하고 있다. 이준길 법무법인 지평 고문은 “고용 계약이 아니므로 소속 기사들이 노동법 보장을 받지 못하는데, 프리랜서 계약에서도 일방적 변경이 있다면 불공정 행위가 될 수 있다”며 “하지만 프리랜서 계약은 일감 조정 등이 비교적 자유롭고, 사업자 간 계약에서도 여러 이해관계가 존재할 수 있어 불공정 행위 산정이 쉽지 않다는 점이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전성필 전슬기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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