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집(왼쪽) 대한의사협회장이 18일 서울 용산구 의협 청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긴급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의협은 지역사회 감염 방지를 위한 1차 방역이 실패했다고 지적한 뒤 의료 민관협의체 구성과 중국 전역 입국제한 조치를 촉구했다. 윤성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 발생 한 달 만에 지역사회 감염 확산이라는 새 국면을 맞았다. 지난달 20일 중국 입국자(36·중국 여성)의 첫 확진 이후 지난 16일 어디서 어떻게 옮았는지 알 수 없는 29번째 환자(82·한국 남성)가 발생해 감염경로 불명의 지역사회 감염 첫 의심 사례가 나오기까지 꼭 4주 걸렸다.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신종플루) 유행 당시 첫 환자 발생(5월 1일)→불특정 지역사회 전파 첫 확인(7월 9일)까지 70일이 걸린 것보다 42일 빠르다. 감염원이 확인되지 않은 29번, 30번 환자(29번 환자 부인)에 이어 18일 대구에서 확진된 31번 환자(61·한국 여성) 역시 해외 여행력이나 기존 확진자와 접촉력이 없어 현재로선 감염 경로가 오리무중이다.

보건 당국은 29·30·31번 확진자의 1차 감염원을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확진자들이 최대 잠복기(14일) 동안 지나친 모든 장소나 사람에게서 감염원을 가려내야 해 역추적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브리핑에서 “16일 확진된 29번, 30번 환자와 오늘 확진된 31번 환자의 감염 경로를 아직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이 2주간 누굴 만났고 어디를 갔는지 파악하고 동선 중에 유증상자가 있었는지를 살피고 있다”며 “CCTV나 병원진료·출입국 기록 등을 조회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과정에서 감염원 의심자가 일부 나타나 감염 검사를 했지만 음성 결과가 나왔다고 당국은 전했다.

보건 당국은 유력 감염원에 대해 중국에서 온 경증 감염자를 꼽았다. 정 본부장은 “중국인 여행객이나 중국을 다녀온 내국인이 중국에서 감염됐지만 경증이어서 감염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국내에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보건 당국은 29·30번 환자의 발병 이후 접촉자 115명, 20명을 격리조치했다. 30번 환자는 증상이 시작된 지난 5일부터 사흘간 서울 중구에 있는 회사에서 2시간 정도 머문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다수의 의료기관(서울대병원, 강북서울외과의원, 단골온누리약국, 고려대안암병원), 식당 및 카페(명륜진사갈비, 스타벅스 동묘앞역점)를 방문했다. 10일엔 종로구에서 지하철을 이용해 인천 중구 용유도와 경인 아라뱃길을 방문하고 지인들과 점심식사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서울 관악구에선 30대 한국인 남성이 폐렴 증상으로 사망했다. 이 남성이 지난달 3일간 중국 하이난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는 점에서 보건 당국이 한때 긴장했지만 감염 조사 결과 음성인 것으로 판명났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가 사스나 메르스에 비해 치명률은 낮지만 전파력은 더 강하고 무증상·경증 단계에서도 감염력을 갖는 만큼, 앞으로도 비슷한 지역사회 감염 사례가 다수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도 “지금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면서 “보건 당국과 지방자치단체, 의료기관은 대규모 유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층 진화된, 장기간 지속 가능한 방역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입국자 검역과 확진자 격리치료, 접촉자 추적 관리에 집중된 현재의 방역체계의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역사회 유행이 확인된 중국과 동남아, 일본 등 국가에 대한 위험 평가를 철저히 해 공항·항만 검역에 만전을 기하는 유입봉쇄 전략과 국내 의료기관 내 감염 및 지역사회 전파 차단의 ‘투 트랙’으로 가되, 앞으로는 지역사회 유행에 대비한 방어 전략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안규영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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