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키우면 세금 내라고?”… “동물복지에 쓴다잖아요”

반려동물 보유세 와글와글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면 세금을 내요?” 반려동물 보유세가 뜨겁다. 정부가 중장기 검토 계획을 밝히면서 당장 세금을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궁금증이 쏟아지고 있다. 당장 반려동물 보유세가 도입되지는 않는다. 정부는 2년 뒤인 2022년부터 ‘도입’이 아닌 ‘연구’를 시작한다. 따라서 도입 여부도 아직 불투명하다.

다만 이런 논의 자체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건 여러 가지 의미를 갖는다. 우선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걸 보여준다. 동시에 그만큼 책임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 인구는 개를 키우는 사람만 10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4가구 중 1가구는 강아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정부에 등록된 개는 2018년 기준 130만4077마리에 불과하다.

사실 개는 현행법상 무조건 등록해야 한다. 2014년부터 전국적으로 등록 의무화를 시행됐다. 등록을 하지 않으면 소유자는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단, 사적 공간인 집에서 동물을 키우는 만큼 단속이 쉽지 않다. 소유자들도 등록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 신규 등록 반려견 수는 2015년 9만1232마리, 2016년 9만1590마리, 2017년 10만4809마리, 2018년 14만6617마리로 매년 늘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반려견에서 일부에 그친다.


정부는 등록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반려견뿐만 아니라 반려묘도 점진적으로 등록 의무화를 적용할 계획이다. 2018년 1월부터 실시하고 있는 고양이 등록 시범사업을 이달부터 서울과 경기 전체 지역으로 확대한 것도 이런 차원이다.

동물등록제가 중요한 이유는 급증하는 유기동물에서 찾을 수 있다. 반려동물 숫자가 증가하는 만큼 버려지는 동물의 숫자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동물보호센터가 2018년 한 해에 구조한 유기동물은 12만1077마리에 이른다. 1년 새 18% 증가한 규모다. 동물보호센터 운영 비용으로만 한 해 200억4000만원이 투입되고 있다. 버려지는 동물의 75.8%는 개다. 이어 고양이가 23.2%를 차지한다.

버려졌다가 구조된 동물 12만 마리는 그 뒤에 어떻게 됐을까. 절반에 육박하는 44.1%는 자연사(23.9%) 또는 안락사(20.2%)로 세상을 떠났다. 분양 및 소유주 인도로 다시 가정에 돌아간 동물은 전체의 40.6%였다. 11.7%는 여전히 보호소에 남아 있다. 보호소에 남는 동물의 비율은 2017년(4.7%)보다 훨씬 높아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반려동물 보호와 유기 억제를 논의할 때마다 등록제를 넘어 보유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려동물 소유자에게 강제적으로 책임 의무를 부여하자는 취지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 등록을 할 때 또는 매월·매년 일정액의 세금을 부과하는 게 반려동물 보유세다.

반려동물 보유세는 이미 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독일은 일반 시민이 반려견을 입양하면 관청에 등록하도록 한다. 허가증을 받아야만 반려견과 외출할 수 있다. 등록을 하고 나면 세금도 내야 한다. 세금은 거주지역, 개의 종류, 개의 크기 등에 따라 금액이 다르다. 보통 1년에 90~600유로(한국 돈으로 14만~90만원) 정도를 낸다고 한다. 반려견의 크기가 클수록, 위험한 종류일수록 세금은 올라간다.

한국도 비슷한 제도의 도입을 고민해 볼 수 있다. 다만 당장 제도를 시행하는 건 쉽지 않다. 먼저 갖춰야 할 제도들이 많아서다. 일단 반려동물 등록제를 한층 활성화해야 한다. 정부가 반려동물 현황을 제대로 파악해야 세금도 부과할 수 있다.

반려동물을 소유하고 있으면, 그에 따른 책임·부담(세금)을 져야 한다는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반려동물 소유자를 유인할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의료보험제도’ 확대 등을 거론한다. 내야 하는 세금에 비례해 의료보험 적용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조세저항을 줄일 수 있다. 유기동물을 입양하면 세금을 면제해 주거나, 연말정산 등에서 관련 비용을 공제하는 방식도 있다.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도 반려동물을 등록할 때 매년·매월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가 가능하다.

또한 반려동물 보유세를 도입했을 때 일시적으로 유기동물이 늘어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단기적으로 반려동물을 더 많이 버릴 수 있다. 걷은 세금은 동물보호, 동물복지 등에 쓸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동물보호·복지 예산은 지난해 135억8900만원에 달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독일 등 선진국에선 동물보호와 동물복지 등의 사회적 비용을 반려동물 소유자에게 세금으로 일부 부과하고 있다”며 “반려동물 보호세 또는 동물복지 기금 도입은 확정된 것이 없다. 2022년부터 연구용역,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국회 논의 등을 거쳐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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