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답답할 때마다 요르단에 위치한 느보산에 오른다는 어떤 선교사님의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산에서 모세의 심정을 헤아려 보며 이런저런 일로 상한 마음을 추스르곤 한다고 했다. 느보산은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과의 광야 40년 여정을 마감한 곳이자 이 땅에서의 삶을 마감한 곳이다.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 그 산에 올랐던 모세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약속의 땅을 바로 앞에 두고 바라보면서도, 정작 그 땅을 밟지 못할 것임을 끝내 확인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성경은 모세가 숨질 때 120세였지만 그의 눈이 흐리지 않았고 기력이 쇠하지 않았다고 기록한다.(신 34:7) 젊었을 때처럼 진두지휘하기에는 조금 부족했을지 몰라도, 그에게는 여전히 하나님과 그의 백성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지혜와 힘이 남아있었다. 그렇다고 한다면 모세는 한 번쯤 하나님께 간청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시라고, 이 백성들을 위해서라도 가나안땅 초입까지만이라도 밟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을 법도 하다. 그러나 모세는 묵묵히 느보산에 올라 자신의 사명이 다했음을 인정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우리가 하나님으로부터 부름을 받았다는 사실은 우리가 감당해야 할 일들의 한계도 하나님께서 정하셨다는 것을 함의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스스로 맡은 일의 시작과 끝을 다 결정지어야 한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하나님의 일을 한다고 말하면서도 내 뜻과 바람대로 되지 않는다고 좌절하거나 분기탱천할 때가 얼마나 많은가.

내가 뜻한 사역을 이루지 못하면 마치 하나님 나라에 큰일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나 우리를 부르신 분도 하나님이시고 물러나게 하시는 분도 하나님이시다. 우리는 하나님 역사의 한 시점에서 하나님께서 맡겨주시는 작은 한 몫을 잠깐 감당할 뿐이다.

그러므로 멋진 인생을 살기 위해선 우리에게 정하신 때가 언제까지인지를 잘 분별하고 순종할 수 있어야 한다. 대개 그것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끝까지 고집 피울 때, 우리 인생에 오점이 남는다. 그래서 우리에겐 멈추는 연습과 기도가 필요하다.

하나님께서 ‘너 여기까지야’라고 말씀하실 때, 뒤도 안 돌아보고 손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순종을 연습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러한 결단과 순종은 어느 날 갑자기 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늘 하나님의 뜻을 살피고 하나님의 때를 이해하는 민감한 교제가 있을 때라야 나올 수 있는 결단과 순종이다.

멈추는 연습의 기초엔 내게 주어진 것이 하나님으로부터 맡겨진 것임을 인정하는 고백이 있다. 우리에겐 그 어느 것 하나 내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모세가 40년간 모진 수고를 해서 인도한 백성이라 할지라도 그들은 모세의 백성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일 뿐이다.

하나님의 백성은 하나님께서 책임지신다. 걱정이 되고 아쉬움이 남고 회한이 가득하다 할지라도 하나님께서 그 백성을 또 다른 누군가를 통해 이끌어 가신다는 믿음과 고백이 있을 때라야 우리는 우리의 한계를 인정하고 멈출 수 있다.

모세는 자신의 소명과 삶의 마지막 순간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기억하며 불러야 할 노래를 끝까지 들려준다. 그리고 바로 그날 주어진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느보산에 오른다. 끝까지 충성하는 자리는 ‘여기까지다’ 하실 때 즉각 멈출 수 있는 충성을 포함한다. 우리 모두가 그러한 멋진 인생을 준비하고 연습할 수 있길 기도한다.

송태근 (삼일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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