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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 비루먹은 검찰을 원하는가

김준동 공공정책국장 겸 논설위원


검찰의 속성을 흔히 하이에나에 비유한다. 국정농단 수사가 한창이던 2016년 말 정진석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석 달 가까이 비루먹은 강아지처럼 눈치만 보던 검찰이 이제는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대통령 주변을 파헤치고 있다”고 말했다. ‘살아있는 권력’에는 충견처럼 복종하지만 ‘죽은 권력’은 사정없이 물어뜯는 검찰의 속성을 신랄히 비판한 것이다.

정윤회씨 국정개입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터질 때 검찰의 수사는 뒷북 그 자체였다. 최순실 게이트 수사 과정을 보면 초기에는 형사부 3명의 검사에게 맡겨 놓고 미적거렸다. 조사를 받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팔짱 낀 한 장의 사진은 검찰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황제 수사’라는 비난을 받기에 충분했다. 들끓은 국민 여론은 안중에 없고 서슬 퍼런 정권의 눈치 보기에 바빴다. 검찰의 이런 본색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권력의 그림자가 어른거리자 검찰 스스로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2016년 11월 시국토론회에서 “검찰의 기본 속성은 죽은 권력과는 싸우고 산 권력에는 복종하는 하이에나식”이라며 “이번에도 정권 초기에는 산 권력을 위해 칼을 닦고 권력이 죽어간다 싶으면 바로 찌르는 모습이 이와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순실 게이트 수사로 검찰이 박수를 받는 것 같지만 지금 검찰 개혁을 이루지 못하면 다음 정권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걸어온 72년의 역사에는 이렇듯 하이에나와 다름없이 야비하고 비겁한 ‘정치 검찰’의 오명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은 건드리지 못하고 ‘죽은 권력’에게만 혹독하게 수사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검찰청법 제34조 1항에 따르면 검사들에 대한 최종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검사의 임명과 보직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에게 의견을 낼 수 있을 뿐이다. 정치권력이 마음만 먹으면 검사 인사를 입맛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과 2017년 두 차례 대선에서 살아있는 권력에 웅크리는 정치 검찰을 비판하면서 검찰의 중립성을 줄기차게 외쳤다. 2012년에는 “검찰총장 임명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겠다. MB정권 5년 동안 대통령 및 청와대가 검찰 수사와 인사에 관여했던 악습을 완전히 뜯어고치겠다”고 밝혔다. 2017년 대선에서도 똑같은 공약을 내세웠다. 검찰총장을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 권력 개입을 배제하고 검찰 인사위원회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취임사에서도 “권력기관을 정치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겠다”고 천명했다. 하지만 이런 공약들은 공수표가 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들이밀자 문 대통령은 “검찰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대선 당시 한 약속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검사 인사 관련 원칙·기준의 법제화 조치만 했을 뿐 인사위원회는 전혀 손대지 않았다. 오히려 살아있는 권력을 함부로 겨누면 어떻게 되는지 검찰 인사를 통해 여실히 보여주고 있고, 수사 선상에 오른 청와대 전현직 실세들은 검찰을 비웃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검찰 정치 도구화의 혹독한 역사를 경험한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종전 후 헌법을 개정해 사법권 보장을 위한 독립기구인 최고사법평의회를 신설했다. 검사의 인사를 독립시켜 정치 권력의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한 것이다.

“권력의 비리를 수사할 때 대단한 검사가 목숨을 내놓을 각오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보통의 검사가 소박한 용기만 가져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최근 퇴임한 한 검찰 간부의 한탄이다. 대통령이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하이에나 같은 검찰을 원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김준동 공공정책국장 겸 논설위원 jd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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