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COVID-19’, 정부가 ‘코로나19’로 명명한 우한 발 폐렴의 경제적 여파는 우선적으로 식당, 오프라인 매장, 관광산업의 매출 감소와 함께 외국인 근로자 노동시장에 나타나고 있다. 작년 11월 말 법무부 등록 체류 외국인은 128만8000명인데, 단순노무직으로 분류되는 비전문취업(E-9), 방문취업(H-2) 입국사증 소지자는 각각 27만7000명, 23만6000명이었다. 이 중 40% 정도가 주로 방문취업 사증으로 입국하는 중국동포이다.

직장 이동이 자유로운 방문취업자로 들어오는 중국동포들은 취업을 위해 2박3일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교육을 담당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코로나19의 감염 확산을 우려해 지난달 말 취업교육을 중단했다. 2006년부터 시작한 교육이 중단된 것은 14년 만에 처음이다.

중국 동포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한 건설현장은 비상이 걸렸다. 설 연휴 중 중국을 다녀온 이들에 대해서는 출입을 금지하고 조회도 중단했다.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출신 동포인력으로 일부 대체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정부가 부족한 농촌 일손을 돕기 위해 올해 신설한 5개월 체류 가능 E-8 계절근로자 제도도 좌초될 위기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정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배정 통보만 하고 실제 운영 여부는 사태 추이를 보고 결정할 계획이다. 농촌에서 일손이 본격적으로 필요한 3월 전에 정부 입장이 정리돼야 한다.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손자, 손녀들을 돌보느라 고생이 많으시다. 감염 위험 때문에 많은 유아원이 임시휴업을 한데다가 중국동포 가사도우미들을 엄마들은 기피하나 한국인 도우미를 찾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중국동포를 많이 쓰고 있는 건설현장, 요양병원, 중소 제조업체, 식당 등에서는 인력의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국동포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우리의 저숙련 외국인력 정책을 재검토하여야 한다. 5년 기한의 H-2 입국사증을 받은 동포 외국인력은 사전에 국내 고용주와의 고용계약 없이 입국하여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비자를 다시 받는 것도 가능하다. 동포 외국인을 제외한 베트남 등 16개국 외국인에게 발급되는 E-9 고용허가제 입국사증은 3년 기한이다. E-9 사증을 받기 위해서는 한국어 시험을 통과하여야 하고 입국하기 전에 고용주와 고용계약을 맺어야 한다. E-9 비전문취업자는 서비스업종에 취업할 수 없고 입국 이후 사업장 변경은 제한적인 사유로 최대 세 번까지 가능하다.

인권단체, 외국인노동자 단체는 사업장 변경 제한을 노예계약이라고 비판하면서 중국동포와 같은 사업장의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시적으로 도입되는 저숙련 외국인력에 대해 자유로운 사업장 이동을 허용하는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는 동포 외국인이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E-9 비전문취업자는 현재 성실근로자제도를 통해 최장 10년 가까이 국내에서 일을 할 수 있다. 모든 비전문취업 입국사증 소지자가 저숙련 근로자인지 의문이다. 수년간 체류하면서 일을 한 근로자와 갓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를 같이 대우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비전문취업자에게는 호봉제도, 직무급도 적용되지 않는다. 비전문취업, 동포취업으로 구분하여 관리하는 현재의 시스템의 벽을 허무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여야 한다.

모집단계에서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공공기관이 모집알선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E-9 고용허가제의 경우 고용주가 원하는 근로자를 선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고용허가제로 도입되는 외국 인력의 국가 수를 16개국으로 확대하면서 국내 현장에 적합하지 않은 따뜻한 나라의 근로자들도 들어오게 되는데, 이들은 종종 국내 고용현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용주들도 불만이어서 갈등이 일어난다. 3개월 기한의 단기취업(C-4) 비자를 활용하는 농촌계절근로자 제도는 짜깁기로 만들어진 우리나라 외국인력 정책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으로 외국인력에 대한 의존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인구, 고용정책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우리나라의 저숙련 외국인력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여야 한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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