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브라운관은 걸그룹 출신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조연을 거쳐 차근차근 갈고닦은 연기력으로 시선을 붙드는 배우들이 많다. 사진은 위부터 차례대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의 배우 권나라(헬로비너스 출신), ‘스토브리그’의 박소진(걸스데이), ‘낭만닥터 김사부2’의 보라(씨스타). JTBC 제공, 방송화면 캡처

20%(닐슨코리아) 넘는 시청률로 사랑받는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2’에는 묘하게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돌담병원의 막내 간호사 주영미 얘기다. 적은 비중에도 똑 부러진 인상이 기억에 남는다. 기민한 독자라면 진즉 눈치챘을 이 배우는 그룹 씨스타의 보라(윤보라). 2014년 ‘닥터 이방인’으로 드라마 데뷔전을 치른 이후 ‘화유기’ ‘신의 퀴즈: 리부트’의 조연 자리를 거치며 성장 중이다.

보라 외에도 최근 브라운관은 걸그룹 출신 배우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가수에서 연기자로 길을 튼 이들은 과거에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들이 유달리 눈에 띄는 이유는 큰 인기에 힘입어 단숨에 주연 자리를 꿰찼던 과거와 달리 작은 배역부터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가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룹 헬로비너스 출신의 권나라 역시 경험을 쌓아 주연으로 발돋움한 케이스다. 그간 ‘나의 아저씨’ ‘친애하는 판사님께’ 등 굵직한 작품에 얼굴을 비췄던 그는 지난해 ‘닥터 프리즈너’로 KBS 연기대상 여자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최근에는 화제의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박서준과 열연 중이다. 극의 갈등을 만드는 핵심인물 수아로 변신한 그는 전작보다 한층 성숙해진 연기력으로 박수받고 있다. 권나라는 배역을 다듬기 위해 의사와 아나운서 등 현직자를 직접 찾아갈 만큼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측근은 19일 “이태원 클라쓰는 특히 관계자들과 연기 톤, 콘셉트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현재도 촬영 틈틈이 연기에 관한 전문적 지식을 쌓기 위해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모모랜드에서 나온 후 연기자로 전향한 연우도 현재 채널A 드라마 ‘터치’에서 먹방BJ 정영아 역을 맡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아이돌 출신 배우들이 이처럼 조그만 배역에 먼저 도전하는 이유는 차근차근 실력을 다지겠다는 마음 때문이다. 과거 인기에 힘입어 곧장 주인공이 된 많은 배우가 연기력 논란에 시달려야 했다. 한 제작사 대표는 “요즘에는 가수 출신 배우들이 강렬한 인상을 남길 조연 자리를 많이 선호한다”며 “시청자 눈이 날카로워져 연기력에 대한 기준도 높아졌다. 결국 실력이 중요하다는 분위기가 배우와 방송관계자 사이에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스포츠 아나운서 김영채 역으로 출연해 시선을 붙든 박소진 역시 작품과 배역 크기에 연연 않고 소신 있게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10년간 그룹 걸스데이의 리더로 활약했던 그는 독립영화와 웹드라마, 연극 무대를 넘나들며 팬들을 만나는 중이다. 대부분 오디션을 거쳐 직접 얻어낸 소중한 배역들이다.

소속사 눈컴퍼니 관계자는 “소진씨가 연기 욕심이 크다”며 “오디션도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나가는 과정이라 믿고 있다. 좋은 역할이라면 크기를 떠나 지원하는 것도 그런 믿음 때문”이라고 했다. 박소진도 최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100번의 오디션도 당연하다는 마음가짐으로 살고 있다. 언젠가 박소진보다 극 중 인물로 기억되는 그런 배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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