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의 스트라이커 케힌데가 12일 경남 남해의 전지훈련장 숙소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한 뒤 자신만만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해=이동환 기자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해안가 최대 도시 라고스의 에부트 메타 지역. 이탈리아 세리에A 인테르 밀란이 낳은 스타 오바페미 마르틴스(36)를 배출한 이 지역의 어린 아이들은 축구와 댄스에 열광한다. 맨발로 축구를 하는 아이들과 댄서를 꿈꾸며 춤을 추는 아이들로 거리가 가득 찰 정도다.

프로축구 K리그1 인천 유나이티드의 란레 케힌데(26)의 축구 사랑은 그 중에서도 유별났다. 가난한 집안의 2남 5녀 중 넷째로 태어난 꼬마 케힌데는 축구에 대한 열정에 학교를 빼먹고 친구들과 볼을 찼다. 없는 형편에 축구화가 갖고 싶어 길거리에서 물건도 팔았다. 일꾼들을 따라가 공사장에서 삽질까지 했다.

나이지리아 2부리그 팀의 무명 수비형 미드필더였던 아버지 파타이 케힌데는 그런 아들이 못마땅했다. 무릎 부상에 일찍 커리어를 마감한 파타이는 아들에게 무한 경쟁의 고통과 가난을 되물림 하고 싶지 않았다. 축구하지 말고 학위를 따라며 케힌데를 다그쳤다.

지난 12일 경남 남해의 인천 전지훈련장에서 만난 케힌데는 “축구를 하기 위해 아버지를 피해 도망도 가고 숨기도 했다”며 “가난하게 태어나 축구를 하기 위해 직접 돈을 벌고 투쟁해야 했던 힘든 시기였다”며 유년 시절을 떠올렸다.

엄격했던 아버지도 결국 케힌데의 재능과 노력에 두 손을 들었다. 케힌데가 14세 때 라고스 주 대표로 국제대회에 나가 활약하며 프로팀 도미니온 홋스퍼와 유스 계약까지 체결하자 결국 “원하는 대로 해보라”며 축구선수의 길을 승낙했다. 케힌데는 “버스비가 없어 훈련장까지 20㎞씩 걸어 다니면서도 축구를 한다는 사실에 즐거웠던 시기”라 회상했다.

케힌데는 이후 승승장구했다. 18세 때 스카우트의 눈에 띠어 이스라엘 명문팀 마카비 텔아비브로 이적한다. 2부리그 하포엘 아풀라 임대 시절엔 한 시즌 29골을 넣었다. 계속해서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팀으로 옮긴 케힌데의 하이라이트는 터키 2부리그 데니즐리스포르 시절이다. 15경기 13골을 넣으며 승격의 1등 공신이 됐다. 이 활약으로 결국 인천까지 올 수 있었다.

그런 케힌데에게도 한국 무대 적응은 쉽지 않았다. 지난 시즌 케힌데는 14경기 1골 밖에 넣지 못했다. 그럼에도 케힌데는 K리그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전북 현대와의 경기 후반 노마크 찬스에서 공을 허공에 날린 뒤 미디어에 남긴 “This is football(이것이 축구다)”은 인천 팬들에게 시즌 내내 회자된 말이었다.

케힌데(왼쪽)가 지난해 11월 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9 K리그1 상주 상무와의 홈 경기 후반전 빗줄기를 뚫고 팀의 두번째 골이자 본인의 K리그 데뷔골을 성공시킨 뒤 췌장암 투병 중이던 유상철 전 감독에 달려가 안기고 있다. 뉴시스

인천 잔류를 위해 중요했던 상주 상무 전에선 K리그 첫 골을 넣었다. 유상철 감독의 췌장암 투병 사실이 발표된 뒤 첫 경기였던 이날 케힌데는 장대비를 뚫고 골을 넣은 뒤 유 감독에게 안기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비록 골은 적었지만 195㎝의 우람한 체격을 활용한 몸싸움 능력과 열심히 뛰는 자세는 팬들에 큰 임팩트를 남겼다.

사실 케힌데의 부진엔 이유가 있었다. 인천에 합류한 시점은 터키의 비시즌 기간이었다. 몸 상태가 완전치 못했다. 인천에서도 고작 10일 훈련하고 경기에 나섰다. 게다가 인천 합류 두 달 전인 지난해 5월 아버지가 급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경기 전후 전화로 플레이에 조언까지 해주던 아버지였다. 자신의 든든한 후견인을 잃은 우울감은 케힌데를 지난 시즌 내내 괴롭혔다.

케힌데는 “처음으로 축구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주고 싶어 아버지를 터키로 초청하려고 비자를 기다리던 중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성공해서 더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너무 슬펐다”고 말했다.

올 시즌은 다르다. 전지훈련을 온전히 치러 몸 상태가 좋다. 장윤호, 김정호, 무고사 등 동료 선수들은 케힌데가 한국 리그 적응을 잘 할 수 있도록 친구가 돼줬다. 올 시즌 인천의 목표인 ‘승점 50점’을 위해선 투톱의 한 축에서 득점을 책임져야 할 케힌데다.

이천수 전력강화실장은 “올 시즌 성적을 위해선 케힌데가 꼭 살아나야 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부주장 김호남도 “케힌데가 태국 연습경기 중 30분만 뛰고도 골을 넣을 정도로 몸이 좋아 선수들이 함께 박수를 쳐줬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케힌데도 팀 목표를 위해 애쓰겠다는 각오다. 그는 “지난해 팀원들의 도움으로 한국에 적응할 수 있었고, 팬들의 큰 사랑도 받아 올 시즌 꼭 보답하고 싶다”며 “골을 꼭 넣지 못하더라도 100%를 다해 뛰어 팀 목표에 기여 하겠다”고 강조했다.

남해의 훈련장에서 매일 된장찌개를 즐겨 먹으며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는 케힌데. 그는 이제 나이지리아에 있는 팬들도 알고 있다는 자신의 ‘명언’을 남기며 인터뷰를 마쳤다.

“This is football.”

남해=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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