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청 소속 방역직원이 19일 남구 대명동 신천지 시설 입구를 방역하고 있다. 이곳에선 한꺼번에 9명의 신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로 진단됐다. 연합뉴스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31번 환자(61세 여성)가 다니던 대구 신천지 시설에서만 추가 확진자 14명이 무더기로 나오면서 31번이 사실상 ‘슈퍼 전파자’라는 정황이 구체화되고 있다.

특히 31번 환자와 함께 좁은 공간에서 집회에 참석한 신도가 1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돼 보건 당국은 특별대책반을 꾸리고 추적 조사에 나섰다. 31번 환자는 발병 직후 의사의 코로나19 검사 권고를 두 차례 거부한 것으로 조사돼 ‘집단감염’ 조기 차단의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19일 “오늘 추가 발생한 확진자 20명 중 14명이 전날 확진된 31번 환자와 같은 신천지 시설에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며 “신천지 활동이 굉장히 밀집된 환경 속에서 이뤄져 밀접 접촉이 상당히 많이 일어났을 거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이 언제 어디서 31번 환자와 만났는지는 아직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31번 환자와 함께 신천지 집회에 참석한 사람이 1000명이 넘고 그의 접촉자가 166명에 달하면서 대구 지역 내 확진자 수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대구시는 브리핑에서 “31번 환자가 증상이 시작된 지난 9일과 16일 2차례 신천지 시설에서 집회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 집회엔 1000여명이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 환자는 잠복기에도 2차례 이곳을 찾았다. 잠복기와 증상 발현 이후를 더하면 4차례다.

보건 당국은 이 환자의 증상 발현일을 지난 10일로 보던 걸 7일로 앞당기고 접촉자 166명을 격리 조치했다. 31번 환자가 7일부터 확진일까지 입원했던 대구 새로난한방병원의 의료진과 환자 등이 여기에 포함됐다.

접촉자와 동료 신도 중 일부는 증상이 이미 진행된 것으로 파악돼 또 다른 3차 감염이 유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 본부장은 “접촉자 166명 중 일부는 호흡기증상을 호소해 검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 “오늘 확진된 동료 신도 14명도 발열 등 코로나19 증상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들 확진자 14명 중 일부는 증상 의심 후 선별진료소가 아닌 경북대병원 응급실 등을 찾아 병원들이 긴급 폐쇄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31번 환자가 코로나19 검사를 거부해 이번 집단 감염을 조기 차단할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도 나온다. 중대본에 따르면 새로난한방병원 의료진은 31번 환자가 증상을 보인 다음 날에 코로나19 검사를 권유했으나 31번 환자는 “해외에 나간 적도, 확진자를 만난 적도 없다”며 거부했다.

현재로선 그와 같이 의사의 검사 권고를 거부해도 마땅히 처벌할 방법이 없다. 정 본부장은 “관련법에 감염병 의심환자가 지침을 따르지 않을 시에 대한 처벌 근거가 있지만 이는 보건 당국에 보고된 후 지방자치단체장 등에 의해 내려질 수 있는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이런 보고 과정이 수월하게 이뤄져 처벌 근거가 활용될 수 있도록 사례 정의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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