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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에 인문학은 걸림돌? 디딤돌이다!

그리스도인에게 왜 인문학이 필요한가?/김형석 지음/두란노

사진=게티이미지

책은 ‘100세 철학자’로 유명한 저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경험담으로 시작된다. 그는 해방 후 서울 중앙고에 재직할 때 동료 교사로부터 “아브라함과 이삭이 어떤 인물이냐”는 질문을 받는다. 교사로서 서양 고전인 구약성경을 읽지 않았다는 게 이해할 수 없었는데, 다른 교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럼 목사들은 동양 고전인 논어를 읽어봤을까. 그는 한 교단의 원로목사 200여명이 모인 강연에서 ‘논어를 읽은 분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는데 “학교에서 공부한 적 없으니 별로 없을 것”이란 답을 들었다.

전혀 뜻밖이었다. 그에게 목사는 “누가 봐도 사회의 정신적 지도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아브라함이 누군지 모르는 교사, 논어를 모르는 목회자는 사회인 입장에서 보면 갖출 것을 못 갖춘 결격자”라며 “지성을 갖춘 현대인으로서 인문학적 소양을 찾아 누리는 일은 필수적이다. 인류의 유산이라 불리는 고전은 가능한 한 읽고 배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인문학이 무엇이며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 종교는 왜 필요한지를 철학적으로 차근차근 짚는다. 이전의 신앙에세이들과 달리 이번 책은 인문학의 태동과 동서양 사상의 흐름을 두루 고찰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 신학이 아닌 인문학의 관점에서 종교와 기독교의 구원관을 바라볼 수 있는 인식틀을 제공한다.


책은 저자가 이전에 쓴 글 가운데 ‘신앙인을 위한 인문학적 과제’와 관련한 내용을 추린 것이다. 이 가운데 ‘인간애를 위한 종교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인문학’ 주제는 새로 썼다. 저자는 “참 종교는 휴머니즘과의 공존성이 필수적”이라며 “그런 종교의 하나가 기독교다. 그리스도인의 신앙은 그 기초 위에 세워졌고 현재도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기독교가 해야 할 일’도 제시한다. 그는 인류사에서 기독교의 근본적 과업으로 ‘말씀으로 인간을 개혁하는 일’과 ‘사랑의 역사를 건설하는 일’을 꼽는다. ‘인간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의 해답을 인류에게 제시할 때, 기독교는 말씀으로 인간을 개혁하는 일에 착수할 수 있다.

사랑으로 역사를 재건하는 일은 훨씬 더 까다롭다. 과학의 발달로 원자의 세계를 개척한 데 감탄할 뿐, 그 기술로 만든 핵무기가 인류를 위협한다는 사실은 인식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교훈도 잊힌 지 오래다.

저자는 일갈한다. “이 비극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과학자와 행정가의 잘못으로 돌려버릴 것인가. 아니다. 그 책임은 교회에 있으며 우리 신자들에게 있다.” 이미 왔지만, 미완성인 ‘하나님 나라’를 세워갈 책임이 있는 기독교인이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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