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은 정치적인 주의나 주장이 같은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조직한 단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을 운영할 대리인을 자유로운 투표를 통해 선출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당은 가장 대표적이고 중요한 정치 조직이다. 주요 선진국들의 정치 중심에는 길게는 100여년, 짧게는 수십년의 시간을 단련해 오며 국민 속에 깊숙이 뿌리를 내린 정당들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 정당들은 딴판이다. 권위주의 시대를 극복하고 민주화를 이뤄냈지만 개별 정당의 연륜은 초라하다. 국회의원이 1명이라도 있는 정당은 현재 9곳. 2012년 10월 창당한 정의당이 가장 오래됐으니 겨우 일곱 살이다. 다음이 더불어민주당으로 2014년 3월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출범, 이듬해 12월 현재 당명으로 바꿨다. 3곳이 올해 창당한 신생 정당이다.

우리 정치사에서 정당의 이합집산은 어지러울 정도다. 정당정치 안착에 앞장서야 할 큰 정당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이런 흐름을 주도해 왔다. 당을 쪼개고, 합치고, 당명을 바꾼 것이 부지기수다. 정치 철학이나 가치, 정책 중심의 정당을 추구하는 대신 유력 정치인들이 당의 명운을 좌지우지하고 대다수 정치인들은 당장의 이익에 집착해 비판 없이 추종한 결과였다. 진득하게 실력을 키워 민심을 얻으려 하기보다는 몸집을 키우고, 포장지 바꾸기에 급급했다.

21대 국회의원을 선출할 4·15 총선을 앞두고도 이런 행태는 바뀌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새로운보수당 등 보수 정당들이 합당 방식으로 지난 17일 미래통합당을 창당했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은 오는 24일 합당할 예정이고, 국민의당도 23일 공식출범한다. 비례대표 전용의 사실상 시한부 정당인 미래한국당도 출현했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급조되는 ‘떴다방 정당’, 내용은 별반 다를 게 없는 것 같은데 간판(당명)만 바꿔 달고 새 출발을 외치는 ‘신장개업 정당’들이 연출하는 한국 정치의 씁쓸하고 익숙한 풍경이다.

라동철 논설위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