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청년] 베트남 클래식 한류 지휘하는 ‘자오스 손’

문화선교 앞장 손성돈 음악감독


지난해 7월 베트남 국영방송 VTV3의 토크쇼인 ‘모닝커피 초대석’에 한국인 남성이 출연했다. 진행자가 “어떻게 음악을 시작했냐”고 물었다. 음악감독인 이 남성은 “어릴 적 교회 성가대원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접했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음악을 묻자 영화 ‘타이타닉’의 한 장면을 이야기했다. 침몰하는 배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이들을 위해 악단이 마지막 연주를 하는 장면이었다. 그는 “그 노래를 아시냐”고 되물은 뒤 “찬송가 364장에 실린 ‘내 주를 가까이 하게 함은’”이라고 설명했다.

공산국가인 베트남에선 종교활동이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한국에서 온 이 남자가 국영방송에서 거침없이 교회와 찬송가를 이야기해도 문제 삼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현재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교수, 서울아트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안양 SNG 음악연구소장인 손성돈(40) 감독이다.

지난 12일 SNG 음악연구소 사무실에서 손 감독을 만났다. 그는 2018년 국제 지휘콩쿠르에서 준우승하며 지휘자로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엔 서울시 주관 ‘2019 문화가 흐르는 서울광장’ 개막공연의 지휘자로 선정돼 영국의 성악가 폴 포츠와 함께 연주했다. 인천국제공항 창사20주년 특별공연에선 감독 겸 지휘자로 활동했다.

음악가로 인정받던 손 감독은 지난해 갑자기 베트남으로 향했다.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며 공연하면서 양국 문화교류에 힘썼다. 자비량으로 진행하는 ‘한국 베트남 문화교류 프로젝트’는 실용음악과 베트남 전통음악을 크로스오버해 베트남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것이다.

서울아트심포니 오케스트라 손성돈 음악감독이 지난해 8월 베트남 팜반동대에서 수업을 끝내고 학생들이 준비한 태극기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손성돈 음악감독 제공

베트남 현지인을 위한 교육에도 나섰다. 베트남 국립음악원에서 오케스트라 지휘와 합창 지휘 전공의 초빙교수로 나섰고 국립안장사범대학교에선 교사 연수과정과 국제문화교류 콘서트를 진행했다. 팜반동대학교에선 음악교육과와 음악교사연수 프로그램의 초빙교수로 일했다. 손 감독은 “한국에 클래식 음악을 알려준 게 선교사”라며 “클래식을 통해 아시아 국가들에 하나님을 알려주고 싶었다. 1번은 베트남이었다”고 했다.

왜 베트남이었을까. “베트남은 한국과 비슷한 게 많아요. 중국과 프랑스 식민지로 있으면서 한도 있지만, 흥도 많은 민족이잖아요.”

음악감독답게 공연으로 베트남에 접근했다. 그러다 금방 생각을 바꿨다. “하노이필하모니와의 공연을 위해 베트남 현지를 찾았다가 열악한 음악환경을 보게 됐어요. 우리나라 1990년대랑 비슷했어요. 공연보다 제대로 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지요.”

베트남 국립음악원이 손 감독의 생각에 공감해 교수로 초빙했다. 말이 초빙이지 실상은 열악했다. 무보수에 숙소도 없었다. 결국 학생 기숙사에 묵기로 했다. “침대에 누우면 천장으로 도마뱀이 기어 다니고 모기가 달라붙었어요. 하지만 기숙사에 묵으면서 더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학교 안 카페에서 손 감독이 기타를 치면 학생들은 그의 주위로 몰려와 음악을 함께 즐겼다. 손 감독은 “어릴 적 여름성경학교 때가 떠올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수준 높은 교육 프로그램은 입소문을 탔다. 지방의 대학들이 학생들을 가르칠 교사를 양성해 달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교사 연수프로그램을 만든 안장사범대와 팜반동대학은 손 감독을 자오스(교수)로 모셨다. 가르치는 데서 끝내지 않았다. 공연을 통해 학생들이 무대에 오를 기회를 줬다. 덕분에 지역 주민들은 양질의 공연을 접했다. 그가 기획하는 공연에 후원이 늘었고 공연 규모는 커졌다.

지난해 8월 팜반동대 후원으로 공연을 가진 뒤 지역방송인 꽝아이TV와 인터뷰하는 모습. 손성돈 음악감독 제공

“팜반동대에선 ‘자오스 손성돈’이라는 타이틀로 학내 공연을 만들어줬어요. 그런데 대학이 있는 꽝아이시에서 지역 행사로 확대시켰고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했어요. 올해도 진행할 예정이고요.”

안장사범대는 지난해 국립대 승격 20주년을 맞아 손 감독에게 특별 공연을 맡겼다. 300석 규모 공연장에 3000여명이 찾아왔다. 방송사도 취재를 요청했다. 지역 방송은 물론이고 베트남 국영 방송인 VTV의 뉴스와 토크쇼, 뉴스전문 국영채널 얀잔TV 등에도 출연했다. 그 사이 ‘자오스 손성돈’은 베트남 음악계에 새로운 브랜드가 됐다.

해를 넘겨서도 손 감독의 베트남 일정은 이미 꽉 채워져 있다. 팜반동대, 안장사범대 초빙교수 활동은 물론이고 오페라하우스 자선콘서트 지휘자로 초대됐다. 베트남을 섬기면서 손 감독은 음악을 통한 ‘선교’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드러내놓고 선교를 할 수는 없었지만, 선교적 비전을 갖고 활동했어요. 뉴스에 출연해 ‘클래식은 교회음악에서 출발했다’는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겐 도전이 될 거예요.”

무엇보다 한국적 교육과 음악을 통해 베트남에 긍정적 영향을 행사하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알리는 게 목표다.

“돈이 없어 수업을 못 받는 아이들이 수두룩해요. 학교에 요청해 그들이 수업을 들을 기회를 제공했죠. 음악을 들으며 눈물 흘리는 아이들도 봤어요. 제가 한 건 대단한 게 아니었지만 그 아이에겐 ‘사랑’이었을 겁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모습 아니었을까요.”

글=서윤경 기자,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y27k@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