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영하가 2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작 장편소설 ‘작별 인사’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밀리의 서재에서 출간 제안을 받은 뒤 망설였어요. 제게 전자책 플랫폼은 낯선 플랫폼이었거든요. 하지만 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최선의 소설’을 쓰려고 노력했어요.”

소설가 김영하(52)는 2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간담회는 김영하가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서 제공하는 ‘오리지널 종이책 결합 구독 서비스’를 통해 내놓은 신작 장편 ‘작별 인사’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이 서비스 구독자는 매달 1만5900원을 내면 전자책 5만권을 무제한 읽을 수 있다. 격월로 한정판 종이책도 받는다. 김영하의 신작은 이 서비스 구독자에게만 종이책 형태로 제공됐는데, 일반 독자들은 이르면 오는 5월 시중 서점에서 만날 수 있다.

김영하가 이 같은 방식으로 책을 내놓은 첫 번째 작가는 아니다. 지난해 10월엔 ‘오리지널 종이책 결합 구독 서비스’를 통해 조남주 김초엽 등의 단편을 묶은 소설집 ‘시티픽션’이, 12월에는 김중혁의 장편 ‘내일은 초인간’이 차례로 출간됐다. 밀리의 서재에서는 오는 4월과 6월 각각 김훈의 신작 소설, 백영옥의 신작 에세이도 공개한다. 일각에서는 밀리의 서재가 스타 작가의 작품을 독점 공급하면서 일반 독자의 접근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한다.

김영하는 이에 대해 “밀리의 서재에서 독점으로 작품을 선공개하긴 했지만, 이런 시스템은 근대문학이 시작된 후 꾸준히 지속돼왔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작가들은 신문에 작품을 연재하고, 그걸 묶어 책으로 내곤 했어요. 해당 신문 독자에게 제한적으로 작품을 미리 선보였던 거죠. 밀리의 서재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3개월 뒤에 일반 독자도 서점에서 책을 구할 수 있으니 독점 운운하는 말은 맞지 않는 거 같아요.”

‘작별 인사’는 김영하가 ‘살인자의 기억법’(2013) 이후 7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평양의 로봇 연구소에서 태어난 소년이 미등록 로봇이라는 이유로 어딘가로 납치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김영하는 “지금까지 써온 소설들과는 다른 이야기여서 재미있는 모험이나 도전에 나선다는 생각으로 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기와 다른 존재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연대할 수 있는지에서 ‘인간다움’이 드러난다. 이런 생각을 소설에 담았다”고 소개했다.

문학계 안팎에서는 그동안 김영하가 대형 출판사 문학동네의 임프린트(독자 브랜드) 형태로 출판사를 차린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하지만 김영하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면서, “아내가 출판사를 차리긴 했다”고 전했다. “아내의 오랜 꿈이 출판사를 하는 거였는데, 남편이 작가여서 조심스러워 했어요. 아내가 차린 출판사에서는 주로 좋은 책인데 오래전에 절판돼버린 작품을 내게 될 것 같아요. 작은 출판사여서 문학동네에서 마케팅 등을 도와주기로 했지만, 문학동네 임프린트는 아니에요.”

간담회에서는 최근 불거진 ‘이상문학상 사태’와 관련된 김영하의 입장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동료 작가들의 투쟁을 온 마음으로 지지하고 있다. 특히 (절필을 선언한) 윤이형씨의 결정은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으로 이런 문제가 다시 불거지지 않으려면 예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제화가 필요하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안’(예술인권리보장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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