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크라 미운털’ 존 루드 국방차관 내치면서 DNI 수장에 ‘내 사람’ 그레넬

러스캔들 인정한 정보당국 장악 노려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수장으로 ‘충성파’ 인사를 임명했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인정하며 자신의 정통성을 흔들고 눈엣가시 같은 역할을 했던 정보 당국의 수장에 ‘자기 사람’을 심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리처드 그레넬(사진) 독일 주재 미국대사가 국가정보국장을 맡을 것이라고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매우 훌륭하게 우리나라를 대표해 온 그와 함께 일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레넬 대사는 지난해 7월 사임한 댄 코츠 전 DNI 국장의 후임이었던 조지프 매과이어 국장대행에 이어 국장대행직을 맡게 된다. 그레넬을 국장이 아닌 국장대행으로 임명한 이유는 정식 국장으로 임명될 경우 거쳐야 하는 복잡한 상원 인준 절차를 피하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 강경 보수 성향의 그레넬 대사는 대표적인 ‘트럼프맨’으로 분류된다. 2018년 5월 독일 대사 부임 전에는 친트럼프 성향 매체인 폭스뉴스에서 해설자로 활동했다. 독일 대사 시절에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 독일 정부에 방위비 인상을 압박하는 등 트럼프의 어젠다를 적극 전파해 트럼프 행정부에 눈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벌써부터 이번 인선을 두고 자격 논란이 일고 있다. 전임 국장들이 정보요원, 군 고위급 인사 등으로 근무한 이력을 갖추고 있는 데 반해 그레넬은 정보 당국 관련 이력이 없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보기관 경험도 부족하고 거대 조직을 이끌어본 경력도 없는 인물을 정보국 수장에 임명한 이유는 정보기관의 꼭대기에 자신이 신뢰하는 인물을 둠으로써 자기 뜻대로 움직이게 만들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러시아가 트럼프 당선을 위해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인정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빚어온 정보 당국을 자기 입맛대로 재편하려 한다는 것이다.

탄핵 족쇄를 벗어던진 후 행정부 내부 반대파들을 몰아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존 루드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을 경질하며 ‘피의 숙청’ 행보를 이어갔다.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루드 차관이 다른 국가안보 담당 관계자들로부터 사퇴를 권유받았다고 보도했다. 루드 차관은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렸을 때 미 의회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불리한 진술을 해 미운털이 박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에도 의회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발언을 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유럽 담당 국장인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과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대사를 해고한 바 있다. 트럼프가 견제와 균형 없이 행정부 내부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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