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는 오직 말씀만 전하고 어떤 정치적 견해도 삼가야”

‘목회자들의 멘토’ 정장복 전 한일장신대 총장

정장복 전 한일장신대 총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송파구 예설멘토링센터 사무실에서 ‘성언운반일념’을 담은 한문 액자 앞 가시 면류관을 가리키며 “목회자들은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정장복(78) 전 한일장신대 총장은 한국교회 예배와 설교 분야의 초석을 놓은 학자로 꼽힌다. 25년간 장로회신학대 교수를 지냈고 8년간 한일장신대 총장으로 봉직한 후에도 쉬지 않고 그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찾아간 서울 송파구 예설멘토링센터에선 설교 컨설팅, 소그룹 세미나, 설교와 예배 연구 등의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정 전 총장은 “아침 6시에 집을 나와 오후 6시에 퇴근한다. 할 일이 많다”며 웃었다. 책상엔 대형 모니터 2대가 나란히 놓여 있었고 각종 서적이 펼쳐져 있었다. 오른쪽 벽면엔 성언운반일념(聖言運搬一念)이란 한문 액자가 걸려 있었다. 목회자는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일념만 가져야 한다는 뜻으로 “내 설교 교육의 에토스(기본 정신)”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도 제자 목회자들의 설교를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제자 중엔 주승중(주안장로교회) 김경진(소망교회) 목사도 있다. 수많은 제자의 설교를 직접 챙기면서 이메일로도 조언한다. 내용은 이렇다. “오직 말씀만 풀어라. 그래야 목사가 산다. 제대로 된 표현을 써라. 말씀의 종으로서 정체성을 지켜라. 초심을 잃지 말라.”

정 전 총장은 “목사가 초심을 잃으면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교회가 성장하면 목사는 지배자가 되려 하고 제왕이 된다”며 “초심을 잃고 교만해지면 하나님은 반드시 그 교만을 꺾으실 것”이라고 했다.

정 전 총장은 해마다 ‘예배와 설교 핸드북’을 펴낸다. 1984년부터 출간하기 시작했으니 36년째다. 30년간 혼자 집필해오다 6년 전부터는 제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2000년부터 1년의 ‘회고와 전망’ 편을 추가했는데 인기가 많다. 올해는 4·15 총선, 신무교회주의 현상 등을 다뤘다.

목회자들의 정치적 견해 표출과 관련해서는 단호했다. “절대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강단에서 표현해서는 안 됩니다. 특정 매체 이름을 말해서도 안 됩니다. 이를 표현하고 인용하는 순간, 정치적 신념이 다른 성도들로부터 외면받게 됩니다. 목사는 성도들의 정치관을 경청하되 동조해서는 안 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페이스북 등 SNS나 개인적 만남에서도 정치적 견해 표출을 삼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목사는 이중언어를 구사해야 한다고 했다. 목사 자신의 마음에 안 들어도 말할 때는 항상 좋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목사의 숙명이라며 고 한경직 목사의 사례를 들었다. “한 목사님은 항상 ‘좋으신 말씀입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지금도 생각 중입니다’ 라는 표현을 썼어요. 그래서 모두의 존경을 받았지요.”

설교와 예배 분야를 천착해온 그는 지금 신학교 교수를 한다면 정말 잘할 것 같다고 했다. 새로운 노하우가 있어서가 아니라 깨닫는 것이 생겨서다. 그는 다섯 가지를 당부했다. “첫째는 목사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자는 것입니다. 목사는 가난과 고통, 환란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둘째는 인성입니다. 물질문명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인성이 있어야 합니다. 셋째는 구령(求靈)에 대한 절박감입니다. 목사는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전도해야 합니다. 넷째는 거룩성입니다. 세상 속에 사는 성직자로서 어떤 삶을 살 것인가 고민해야 합니다. 다섯째는 오직 하나님 말씀만 전하겠다는 각오입니다.”

정 전 총장은 목회자들의 설교 표현에도 조언했다. 성경 66권을 하나님의 말씀이라 하면서도 설교할 때는 “바울은 ~라고 했다” 식으로 전하는 행태, ‘~인 것 같다’ 등의 불확실한 표현, 주어 없는 서술어 표현 등은 삼가라고 했다. 또 ‘것’이란 말의 남용도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설교를 들어보면 저속한 표현이나 차마 입에 올리지 못할 얘기가 너무 많다”며 “목사 자신의 경험담이나 가족 얘기는 지양해야 한다. 강단에 서면 목사의 입도 거룩해져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그는 최근 평신도 설교학교, 평신도 예배학교도 준비 중이다. 성도의 의식 수준을 높여야 목사들이 이탈하지 않을 거란 취지에서다. 그는 “성도들도 설교와 예배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알고 예배를 드려야 한다”며 “성도는 무조건 설교 말씀을 받기만 해서는 안 되고 눈을 크게 뜨고 감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에베소서 4장 13절의 말씀을 인용해 “성숙한 그리스도인은 아는 일과 믿는 일에 하나가 돼야 한다”며 “한국교회 성도 상당수는 믿는 데만 치중해 목사가 거짓말을 해도 ‘아멘’ 한다. 이건 아니다. 믿는 일과 아는 일에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목사들 처지에서는 이런 말에 반발하겠지만 나는 분명히 각오하고 말한다”며 “한국에 왜 이단이 많은가. 신자들이 믿는 일에만 몰두하기 때문이다. 아는 일도 힘써야 한다”고 했다.

정 전 총장은 성찬도 더 적극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실시해 그리스도의 희생을 묵상하며 교회 공동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장 칼뱅은 철저하게 매주 성찬을 시행했다”며 “개혁가들이 표방한 다양한 성례전 방식을 시도하면서 성찬을 진행하면 설교 못지않은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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