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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여성 암환자, 항암 치료해도 2세 가질 수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의 주목! 이 클리닉] (25) 일산차병원 여성암 센터

일산차병원 강성수 유방센터장, 한세열 난임센터장, 이기헌 부인종양센터장(왼쪽부터)이 지난 21일 30대 자궁경부암 환자에게 가임력을 보존하면서 암을 치료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아들을 출산해 엄마가 된 김지영(가명·36)씨는 7년 전 난소 생식세포암 진단을 받았다. 당시 결혼을 앞뒀던 김씨는 난소암의 경우 난소와 자궁을 제거해야 한다는 의사 설명을 듣고 임신이 영영 불가능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절망했다. 다행히 한쪽 난소에만 암이 생겼고 초기에 발견돼 한 가닥 희망을 걸 수 있었다. 주치의와 상의 후 암이 있는 쪽 난소와 난관 제거 수술을 받았고 반대쪽 난소와 난관은 보존할 수 있었다. 이후 임신을 시도해 건강한 아이를 얻었다.

암이나 백혈병 등으로 항암,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 생식세포가 손상을 입어 가임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자궁경부암, 난소암 등 여성암은 치료 과정에서 임신에 필수 장기인 난소와 자궁을 잃을 수 있다. 또 난자의 질이 떨어지거나 난자가 생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암을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에 임신을 고려하지 못하거나 포기하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암에 걸려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임신이 가능해지고 있다. 이런 여성 암환자의 안전한 임신과 출산을 돕는 클리닉도 등장했다. 지난달 새로 문을 연 차의과학대 일산차병원 여성암센터는 국내 처음으로 ‘온코퍼틸리티(oncofertility)’ 개념을 도입했다. 온코퍼틸리티는 종양학(oncology)과 생식(fertility)을 접목해 암환자의 치료 전후 생식능력을 보존하는 걸 말한다.

근래 전체 암 발생률은 줄어드는 추세지만 가임기인 20, 30대 여성 암환자는 도리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자궁경부암 진료 환자는 2010년 2만8202명에서 지난해 2만6161명으로 약 7% 감소했다. 20, 30대 환자는 같은 기간 3340명에서 3611명으로 8% 정도 증가했다. 자궁내막암과 난소암 환자 역시 같은 기간 177.3%(2010년 702명→2019년 1947명), 58.8%(2845명→4517명) 급증했다.


유방암은 40대 환자 발생률이 높지만 40세 이하 환자도 약 13%를 차지한다. 이처럼 20, 30대 여성 암환자들이 많아지면서 그들의 가임력 보존과 암 치료 후 삶의 질 유지가 중요해지고 있다.

일산차병원 난임센터장인 한세열 교수는 24일 “여성들은 암이 완치되더라도 앞으로 임신을 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기검진을 통해 암을 일찍 발견하면 여러 가임력 보존 방법을 통해 임신과 출산이 가능해지고 있는 만큼 환자의 적극적인 의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유방암은 수술 후 세포에 독성 있는 항암제로 치료받거나 호르몬 수용체 양성인 환자의 경우 장기간 호르몬 치료(항에스트로겐)를 받게 돼 임신이 어려워질 수 있다. 강성수 유방센터장은 “특히 호르몬 양성 유방암 환자는 5~10년 정도 호르몬 치료를 받기 때문에 생식세포에 악영향을 미치는 기간이 길어진다”면서 “암종에 따라, 어떤 항암제를 쓰느냐에 따라 난소 등에 미치는 생식 독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항암 호르몬 치료가 가임력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치료만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궁경부암은 초기(1기)에 발견하면 원추절제술(자궁 경부에 생긴 암 주변만 원뿔 모양으로 절제)과 광범위자궁경부절제술(자궁 경부와 질 일부를 절제한 후 질과 자궁을 이어줌)을 통해 가임력을 보존할 수 있다.

자궁내막암은 자궁 내부에 암이 생기는 특성상 자궁을 적출하는 수술을 받는데 이 경우 가임력을 잃게 된다. 이 때문에 다른 장기에 전이가 없고 자궁 깊은 층까지 침투하지 않은 초기암일 경우 ‘고단위 프로게스테론 호르몬 요법’을 써서 자궁을 보존한다. 내시경을 통해 암이 생긴 내막을 긁어내고 고용량의 호르몬 치료를 통해 자궁 내막세포의 비정상적인 증식을 억제하는 것이다. 이후 약 1년간 조직검사에서 암세포가 검출되지 않으면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

난소암은 초기, 즉 한쪽 난소에만 암이 발생했을 때 가임력 보존이 가능하다. 암이 있는 쪽 난소를 절제하더라도 반대쪽이 남아 있으면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 이기헌 부인종양센터장은 “20, 30대는 난소 상피암보다는 난소 생식세포암 비중이 더 높은데, 이런 암은 증상이 상대적으로 일찍 나타나고 한쪽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항암치료 반응도 좋아 가임력 보존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항암, 방사선 치료로 가임력 상실 위험이 높을 때는 ‘난자동결 보존’도 고려할 수 있다. 이는 항암, 방사선 치료를 하기에 앞서 난자를 채취해 영하 197도에 냉동 보관했다가 향후 완치된 다음 해동해 시험관아기 시술(체외수정)을 통해 임신을 시도하는 것이다.

실제 2001년 당시 22세에 백혈병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 전 난자를 냉동 보관했던 환자가 2010년 보관된 난자를 해동해 시험관아기 시술로 임신하고 2011년 출산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한세열 난임센터장은 “난자 동결의 경우 생식세포를 얼마나 안전하게 동결하느냐가 핵심인데, 세계 표준으로 자리잡은 ‘유리화 난자동결법’은 난자를 10년 이상 보관한 경우에도 임신이 가능하다”고 했다.

단 모든 여성 암환자가 난자 동결을 통해 가임력을 보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암 병기가 높아 치료가 급선무인 경우는 난자 동결을 시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사춘기 이전의 여성이나 소아암 환자는 ‘난소 조직 동결’을 시도해 볼 수 있다. 다만 임신 시도 시 성공률은 20% 미만으로 아직은 실험적인 방법이다.

강성수 유방센터장은 “최근 20, 30대 여성 암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의료기술의 발달로 완치율 또한 높아지고 있다”면서 “정기검진을 통해 암을 빨리 발견하고 진단 후 포기하지 않고 치료에 적극 임한다면 완치는 물론 원하는 2세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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