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정상황실은 국가의 위기 관리를 책임지는 곳이다. 위기 중에서도 ‘국민안전’이 최우선 관리 과제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2017년 5월 이후 청와대는 국민안전에 전력을 쏟았다. 전 정부 때 발생한 세월호 참사에 어느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던 문 대통령이었기에 국민안전 문제는 현 정부의 지상과제였다. 문 대통령은 국민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조치만큼은 ‘이래서 안 된다, 저래서 안 된다’는 부정적인 보고를 갖고 오지 말라고 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렇게 하는 동안 3년간의 대응 노하우가 꽤 쌓여 비로소 ‘나라다운 나라’가 됐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그런 프로급 위기대응 능력을 갖췄다는 주장에 비춰보면 코로나19 사태 대응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전문가 의견 청취에 소홀했고, 국민 여론도 읽지 못했으며, 대규모 신천지 감염 사태가 확산되는 동안 관련 정보가 빠르게 수집되지도 못했다. 사태가 터지고 봤더니, 경찰 등 정보 관련 당국은 그동안 뭘 했는지 신천지 소재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 2일 문 대통령과 감염병 전문가들의 간담회가 코로나 대응 조치를 격상할 좋은 기회였는데 이 역시 살리지 못했다. 이 정도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가 전국을 휩쓴 뒤 “도둑이 들려니 개도 안 짖더라”고 한 상황과 비슷하다.

특히 지금 국회의원 선거에 뛰어든 윤건영 전 국정상황실장의 말을 들어보면, 그동안의 위기 대응 노하우가 코로나19 대응에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윤 전 실장은 지난달 5일 사퇴하면서 “972일 상황실을 지키는 동안 ‘현장의 상황과 의견이 제일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런 노하우가 인수인계가 안 됐는지, 아니면 알면서 일부러 그랬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현장의 의견이 제일 중요하다’는 그 원칙은 무시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동안 청와대가 자랑거리로 내세워온 강원도 산불 조기 진화나 22명 중 17명을 구조한 인천 영흥도 낚싯배 전복 사태 등에 너무 취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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