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시(詩)란 무엇일까. 저자는 문학평론가 신형철의 말을 끌어온다. “나로 하여금 좀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훌륭한 시를 읽을 때, 우리는 바로 그런 기분이 된다.” 즉, 좋은 시를 읽으면 사랑에 빠졌을 때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을 펴낸 정재찬(사진) 한양대 국어교육학과 교수는 신형철의 글에 이런 말을 보탠다. “아직 시를 좋아하지는 않는 분들도 희망이 있습니다. 당신을 길들여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게끔 시가 만들어줄 겁니다. 시가 얼마나 여우인데요.”


책에는 문인들의 근사한 문장, 특히 시를 땔감처럼 사용해 독자의 가슴을 뭉근하게 만드는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정 교수는 ‘돌봄’ ‘건강’ ‘사랑’ 같은 주제어를 내걸고 인상적인 글을 풀어내면서 곳곳에 이들 키워드에 걸맞은 시를 소개한다. 첫머리에 담긴 문구를 그대로 옮기자면 “시로 듣는 인생론”이면서, 독자에게 제시하는 문학 처방전이라고 할 수 있다.

정 교수는 베스트셀러 ‘시를 잊은 그대에게’(2015)로 많은 이들에게 시를 읽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가르쳐준 인물이다. 신작에서도 그 실력은 여전한데, 무엇보다도 ‘숨은 명시’를 마주하게 된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이 선사하는 재미는 적지 않다. 허은실의 ‘이마’나 안상학의 ‘아버지의 꼬리’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문세의 ‘옛사랑’처럼 가요사의 명곡을 분석한 부분도 인상적이다.

마지막 챕터에는 ‘잃은 것’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부제는 ‘상실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들’이고, 챕터 끄트머리에 등장하는 시는 나희덕의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이다. 시의 화자(話者)는 친구의 상가(喪家)에서 친구가 과거 했던 말을 떠올린다. “우리 집에 놀러와. 목련 그늘이 좋아. 꽃 지기 전에 놀러 와.” 정 교수는 가슴이 저릿해지는 이 작품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미안하다고 해야 할 사람들, 사랑한다고 말해야 할 사람들, 고마워 해야 할 사람들, 존경한다 해야 할 분들, 너무 늦지 않게 다시 만나야 할 사람들의 버킷리스트를 갖고 계신가요? 다시 만나지는 못하더라도, 그분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야 할 소망들로 우리의 버킷리스트를 꾸며야 하지 않을까요? 그게 우리가 상실로부터 배워야 할 버킷리스트인 것 같습니다. 죽음을 잊지 맙시다.”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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