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뉴시스

예비부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혼란에 빠졌다. 감염 우려로 하객들이 식장을 거의 찾지 않는 데다 결혼식 연기 위약금도 만만치 않아서다. 예식과 신혼여행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수개월의 노력이 물거품된 탓에 우울감을 호소하는 예비부부도 많다.

지난 22일 대구의 A예식장에선 식이 단 한 건만 열렸다. 평소 토요일이면 평균 10건 정도 열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10분의 1로 줄었다. 대구·경북 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한 뒤 맞은 첫 토요일이라 예약 연기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사태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대부분 식을 7월 이후로 미뤘다.

이날 결혼식도 보증인원을 기존 200명에서 절반인 100명으로 줄인 채 열렸다. 보증인원은 식장을 찾을 하객의 최소 인원을 미리 정하는 것으로, 수에 따라 식대를 매기기 때문에 예식장 당일 수입 기준이 된다. 보증인원을 계획보다 한참 줄였지만 하객은 30여명밖에 오지 않아 혼주는 애를 태워야 했다.

예식 업체가 일정과 보증인원을 변경해주는 것은 운이 좋은 경우다. 보증인원을 거의 줄여주지 않고 일정 변경 시 거액의 위약금을 청구하는 업체도 있다. 계약서에 천재지변의 경우 위약금 없이 일정을 변경할 수 있도록 정했는데, 코로나19의 경우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위약금을 물게 하는 탓이다. 위약금은 천차만별이어서 적게는 100만원대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에 달한다.

비슷한 일은 전국 예식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서울의 한 유명 예식 업체는 예식을 연기할 경우 계약금과 추가 대관료, 위약금까지 요구하면서 고객들과 마찰을 빚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 수 35만명에 달하는 한 네이버 카페에는 위약금을 면제해주는 업체가 있다는 글, 보증인원조차 조정해주지 않는 곳도 있다는 증언 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위약금 없이 식을 연기해주거나 보증인원을 줄여주는 업체 명단을 공개해 응원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결혼식 연기를 택한 혼주들은 신혼여행까지 연기해야 한다. 아프리카 모리셔스에서 신혼부부들이 격리되는 사건을 보면서 결혼식을 치르더라도 신혼여행은 취소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결혼정보 카페에는 ‘답답해서 우울하고 눈물이 난다’ ‘막막하다’ 등의 의견이 매일 올라오고 있다.

예식장도 사정이 막막하긴 마찬가지다.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예약 변경에 협조하고는 있지만 금전적 손해가 크다. 한 예식장 예약 담당자는 “직원들이 일손을 놓고 있어서 벌어들이는 게 전혀 없다”며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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