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지 않은 케이크, 과일이 쌓인 대구의 카페와 과일가게를 홍보한 게시글(왼쪽 사진)과 음식값 대신 마스크를 받아 기부하고 있는 대구 쌀국숫집. 페북 페이지 ‘대구맛집일보’ 캡처

26일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600명을 넘어선 대구는 감염 공포에 사람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서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는 유령도시가 됐다. 그러나 꽁꽁 얼어붙은 대구에도 온기는 있었다. 지난 주말 파워블로거 하근홍(38·사진)씨가 페이스북 페이지 ‘대구맛집일보’를 통해 “코로나 불황으로 쌓인 재료를 팔아주자”는 재료소진운동을 제안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개점휴업 상태인 식당들에 시민들이 몰리면서 귤 80박스가 10분 만에 동나고, 쌓인 고기 500인분이 1시간 만에 소진됐다. 연이어 올라온 닭갈비, 돈가스, 쌀국수집 모두 완판 소식을 알렸다. 시민들의 따뜻한 위로에 상인들도 선행으로 답하는 중이다.


대구에 거주하는 하씨는 25일 전화 인터뷰에서 “힘든 때지만 시민들을 보고 뭉클해졌다”고 말했다.

-어떻게 재료소진운동을 생각해냈는지.

“부모님이 식당을 해서 잘 아는데 가장 마음 아플 때가 만든 음식을 쓰레기통에 버릴 때다. 큰 식당 같은 경우에는 냉장고에 쌓여있는 음식 재료가 한 달 월세와 맞먹는 경우도 있다. 그 많은 재료를 버릴 바에야 원가에라도 팔아보자는 생각이었다. 손님들은 저렴한 가격에 재료를 사고, 사장님은 손해를 줄일 수 있고. 그렇게 ‘식재료를 팔아드리자’는 글을 올린 거였다. 다음 날 쌀국수집과 김치찜 식당 등에서 연락해왔다. 1만2000원에 팔던 국수를 1만원에 배송까지 하고, 이런 식이었다. 이게 입소문을 탄 거다.”

-반응이 폭발적인데.

“시민들이 이렇게까지 나서줄지는 몰랐다. 지금은 글을 올리면 평균적으로 1시간 내에 소진된다. 해물칼국수집 같은 경우에는 바지락이 남아서 재료를 소진해 달라고 글을 올렸는데 원재룟값의 몇 배를 주고 가는 분도 있었다더라. 일종의 기부활동처럼 된 거다. 기사가 나가고 부산, 포항, 광주 등지에서도 같은 운동을 한다고 하더라. 마음 따뜻한 시민들 덕이다.”

-상인들 반응은 어떤지.

“한동안 상인들 전화가 오고 그랬다, 죽고 싶다고. 지금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돌고 있는 것 같다. 죽전동에 있는 쌀국수집 사장님은 음식값 대신 마스크를 받아 대구시에 기부한다. 마스크 3개를 가져오면 양지쌀국수로 바꿔준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주저앉고 싶다더니 신이 났는지 아예 재료를 더 사서 기부활동을 이어간다고 하더라. 대구에 파견된 의료진 도시락이 부실하다는 기사를 보고 직접 음식을 해서 배달한 음식점도 있다. 힘든 데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를 보면 괜히 뭉클하고 흐뭇하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도 힘들지만 사실 코로나19 발병 전부터 경제가 많이 안 좋았다. 이후에도 재료소진운동을 계속해서 어려운 사장님들을 돕고 싶다. 제조업도 어렵다는데 운동 범위를 넓힐 방법도 찾고 있다. 사무실이 대구국채보상운동 공원 바로 앞에 있다. 공원을 보면서 어려운 상황일수록 시민들은 뭉치는구나, 이런 시민들이라면 코로나도 이겨낼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을 한다.”

이홍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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