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예배 드리던 날, 교역자도 울고 성도들도 울었다”

코로나19로 문 닫은 서울 명륜교회 박세덕 목사의 14일

서울 종로구 명륜교회 1층 소예배실 강단 뒤 문을 열자 3평 남짓 작은 방이 나타났다. 컴퓨터와 책상, 침대 그리고 작은 책장이 전부였다. 화장실은 겨울 냉기를 막지 못했다. 그 방, 기도실에서 명륜교회 담임 박세덕 목사는 지난달 31일부터 14일간 홀로 지냈다. 식사는 보건소에서 준 라면과 빵, 계란, 참치캔으로 해결했다. 화장실에 놓인 라면 포트에서 박 목사의 처절한 14일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6번 확진자가 찾은 서울 종로구 명륜교회는 지난 2일 교회 문을 닫고 주일예배를 온라인 영상예배로 대체했다. 6번 확진자는 지난달 26일 이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닷새 뒤 확진판정을 받았다. 강민석 선임기자

지난달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6번 확진자는 이 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드리고 교회 식당에서 식사도 했다. 나흘 뒤인 30일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튿날 부인도 10번 확진자로 이름을 올렸다. 보건소와 질병관리본부(질본)는 두 사람의 동선을 교회에 알렸다.

교회는 지난 2일 문을 닫았다. 교인들은 가정에서 영상을 보며 예배를 드렸다. 예배 영상은 전날 박 목사가 부교역자, 영상 담당자와 함께 텅 빈 예배당에서 찍은 것이다. 지난 25일 명륜교회에서 만난 박 목사는 그때를 떠올리며 “허공에 외치는 듯했다”고 말했다.

주일성수 못한 건 “내 책임”

명륜교회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예배 중단을 결정했다. 그 어려운 결정을 한 번도 아닌 두 번이나 했다. 각각 6번 확진자와 83번 확진자가 나왔을 때다.

지난달 31일 새벽 질본의 전화를 받은 뒤 박 목사와 부교역자들은 집에도 가지 못한 채 ‘자교회 격리’에 들어갔다. 예배 중단을 두고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바벨론 포로로 끌려간 유대인이 떠올랐다. 예루살렘 성전은 바벨론 침공으로 무너졌고 유대인들은 바벨론 포로가 됐다. 성전에서 예배를 드릴 수 없게 된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하나님이 모세에게 준 율법 책을 펼쳤다.

명륜교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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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목사는 “바벨론 포로 사건은 성전예배에서 회당예배로 신앙적 형태가 달라진 계기가 됐을 것”이라며 “예수님도 회당에서 예배를 드렸다”고 설명했다. 교회 장로들과 전화로 의견을 교환해 주일예배는 영상예배로 대신하기로 했다. ‘주일성수를 하지 않는다’는 외부의 비난도 받았다.

박 목사는 “책임은 제가 져야 할 문제라 생각했고 성도들의 처분을 기다리기로 했다”며 “그런데 성도들이 ‘누가 뭐라건 신경 쓰지 말라’며 위로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예배의 형태가 다양해지는 오늘날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주일예배를 영상으로 대체했다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 필요가 있을까.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박 목사는 시편 137편으로 설명을 대신했다. 바벨론 사람들은 포로인 유대인들에게 ‘여호와를 위한 찬송가를 우리에게 들려 달라’고 요구했다.

“유대인들은 바벨론 문화에 젖어 들지 않았어요. 하나님께 드리는 찬송을 어떻게 바벨론 사람들을 위해 부르냐며 거부하는 순전한 신앙을 보여줬죠. 영상예배는 바벨론 문화가 될 수 있어요. 영상예배를 드리니 ‘편하다’고 느끼는 성도들이 있겠죠. 거기에 익숙해지면 주일성수를 멀리할 수도 있겠죠.”

박세덕 목사


성도들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날 많은 성도가 문자를 보내왔어요. 20년간 매주 예배하러 오신 한 성도는 아들 가족과 집에서 가정예배를 드렸대요. 그러다 ‘처량한 신세’를 한탄하며 함께 울었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전하는 박 목사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그렇게 14일간의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지난 16일 주일예배를 다시 드렸다. “예배를 드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복인지 알게 됐다”는 성도들의 고백이 줄을 이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21일 83번째 확진자가 6번 확진자와 같은 날 주일예배를 드렸다는 질본의 발표가 나왔다. 또다시 눈물로 예배 중단을 결정했다.

예배 중단 교회 “성령이 이끄시는 대로”

박 목사는 자신을 ‘첫 테이프를 끊은 사람’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가장 먼저 예배를 중단했다는 뜻이다. 처음이니 비난도 많이 받았고 시행착오도 겪었다. 그러니 최근 예배를 중단한 교회들에 해줄 말도 많았다. 대구 지역 교회를 향해선 “우리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며 위로했다. 영상예배로 대체하는 교회들엔 응원의 말을 전했다.

“하나님은 우리를 구름기둥, 불기둥으로 매 순간 이끌어주셨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계획에 따르면 됩니다. 성령이 이끄시는 대로 분별력 있게 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배 중단이 한국교회와 지역사회를 위한 결정이었다는 것도 잊지 않기를 바랐다.

“우리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코로나19가 확산된다면 하나님 영광은 가려지고 교회는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겁니다. 생명을 살리는 게 급선무입니다. 예수님도 안식일에 병자를 고치셨잖아요.”

주의할 점도 전했다. “연세 많으신 분들은 인터넷을 쓸 줄 몰라요. 지난 주일 기도실에서 홀로 예배를 드리고 나왔더니 아흔 되신 집사님이 홀로 기도하고 계셨어요. 영상을 볼 줄 몰라 교회에 오셨다길래 제 기도실에서 예배 영상을 보여 드렸어요. 이분들에겐 따로 배려가 필요합니다.”

한국교회와 사회에 꼭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고 했다. “코로나19는 바이러스의 문제지 사회적 정치적 문제가 아닙니다. 교회 안이건 밖이건 감염자가 발생하면 비방하기보다는 포용해 주셨으면 합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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