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금은 아냐” 했지만…한국인 입국제한 ‘만지작’

향후 상황 따라 제한 조치 시사… 美 국무부 여행경보 3단계 상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하면서 유행병 대비가 잘돼 있는 나라 순위를 보여주며 미국의 방역능력이 세계 최고라고 강조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고 있는 한국, 이탈리아 등에 대한 미국 입국 제한에 대해 “지금 당장은 적절한 때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적절한 때에 그렇게 할지도 모른다”며 향후 상황에 따라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으로서는 우려하던 입국 제한 조치를 피하게 됐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는 이날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3단계인 ‘여행 재고’로 상향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감염 경로를 파악할 수 없는 코로나19 감염자가 처음으로 나오는 등 미국에서도 지역사회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안감을 잠재우는 데 주력했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된 어떠한 것에 대해서도 준비가 돼 있다”고 자신했다. 또 “코로나19의 미국 내 확산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것은 매우 작은 규모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날 미 보건 당국이 미국 내 확산이 시간문제라고 밝힌 것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코로나19 대응을 총괄하는 책임자로 지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위협을 안정시키려고 나선 이유는 11월 대선 때문으로 풀이된다. 앨릭스 에이자 보건복지부 장관은 새로운 확진자들이 나오면서 미국인 확진자가 60명으로 늘었다고 밝혔고, 미국에서도 ‘마스크 부족’ 우려가 커지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19 대처에 대한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뉴욕 주식시장은 코로나19 공포로 폭락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정부의 대처 노력을 부각시키면서 코로나19 대처에 대한 비난을 차단하기 위해 애썼다.

코로나19 확산을 막아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이탈리아 등으로 가거나 그곳에서 오는 여행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적절한 때에 우리는 그렇게 할지도 모른다”면서도 “지금 당장은 적절한 때가 아니다”고 답했다. 향후 진행 상황에 따라 한국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할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한국인들의 미국 입국 제한 조치와 관련한 최대 변수는 한국의 향후 코로나19 피해 상황이다.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될 경우 미국은 빗장을 걸고 나설 가능성이 크다. 반면, 코로나19가 수습 국면에 들어간다면 미국이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미국 정부도 한·미 관계의 중요성을 의식해 입국 제한 조치에 신중한 스탠스를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기자회견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26일 오후 6시(현지시간)에 가질 것”이라고 밝혔으나 백악관은 예정보다 30분 늦췄다. 코로나19 대처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의 고민이 깊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열리는 시간에 미 국무부는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상향했다. 상향된 3단계 ‘여행 재고’는 미국인들에게 한국 여행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것을 권고한다는 의미다. 미 국무부는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강화된 주의 실행’을 뜻하는 2단계로 지정한 지 나흘 만에 다시 한 단계 높였으며, 마지막 4단계 ‘여행 금지’만 남겨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감염을 막는 데 자신감을 보였지만 이날 캘리포니아 북부에서는 중국 등 코로나19가 퍼지고 있는 나라를 방문한 적이 없으며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적도 없는 사람이 코로나19에 처음 감염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사례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지역사회에서 확산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징후”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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