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예천군 관계자들이 27일 풍양면 낙상리 중증장애인 시설인 극락마을 입구에서 출입자들을 통제하고 있다. 극락마을에서는 간호사와 재활치료교사 각각 1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진 판정을 받았다. 뉴시스

“펜션이 숲속에 있는데 전기장판밖에 없어서 공기가 차가워요. 장애인분들이 감기나 각종 병에 걸릴까 그게 가장 두려워요….”

27일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4명 발생한 경북 칠곡의 중증장애인시설 ‘밀알사랑의집’ 김광식 원장은 이렇게 호소했다. 이곳은 지난 22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후부터 입소자와 직원 40명이 근처의 한 펜션에서 격리생활을 하고 있다. 사회복지사와 장애인이 1명씩 짝지어 한방을 쓴다.

외부와 차단된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숲속에 위치해 외풍이 심한 펜션은 난방을 해도 온기가 부족했다. 김 원장은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여기는 장애인이 생활할 수 있는 건물이 아니라서 보호장구도 없어 입소자들을 돌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차라리 이럴 거면 우리 보호시설로 돌아가서 감기라도 안 걸리게 있고 싶다”고 토로했다. 그는 환경에 민감한 장애인들이 갑자기 거주환경이 바뀌면서 불안해한다고도 했다.

끼니 해결도 부담스럽다. 한 실무 관계자는 “격리조치된 장애인들과 직원들의 하루 식비만 100만원 이상이다. 이대로 가면 일주일이면 1000만원은 훌쩍 넘을 거 같다”며 식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점점 동이 나는 생활필수품도 문제다. 이 관계자는 “물티슈나 생리대 등 생필품은 앞으로 3일 안에 다 떨어질 거 같다”며 “급하게 격리조치되고 이렇게 길어질 줄 몰라서 장애인들의 짐도 방치된 상태”라며 “우선 2주 격리라고 했지만 언제 격리해제 될지 몰라 소모품을 얼마나 사야 할지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경북 예천 극락마을도 상황은 비슷했다. 중증장애인요양시설인 이곳에는 입소자와 직원 등 70명이 격리돼있다. 입소자 대부분은 중증 정신질환자이거나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이곳 관계자는 “갇혀있는 것 자체가 힘들어 입소자들이 밤에도 불안해하며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한다”며 “실내에서 활동 반경이 좁아지니 갑갑해 하는 분도 많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이들 사례처럼 시설 자체가 폐쇄돼 집단격리되거나 의료기관이 코호트 격리(집단 격리)에 들어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중증장애인이나 노인, 면역력이 약한 환자가 한 장소에 집단으로 격리생활을 하면서 이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집단격리 자체가 감염치료, 시설 내부인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 수용의 성격이 강하다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집단격리는 차선책이고, 최선의 방안은 충분한 의료자원을 확보해 적절한 치료가 가능한 곳으로 환자들을 이송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호트 격리만이 답이 아니라 공공의료기관을 비우고, 우한에서 돌아온 교민들 사례처럼 임시거처를 마련해 경증환자를 수용할 시설을 갖추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병율 차의과학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병원을 코호트 격리하려면 감염 환자가 발생할 경우 적절한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며 “감염치료가 어려운 환경이라면 코호트 격리가 오히려 증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도 집단격리의 한계점을 인식하고 있다. 사망자 7명이 발생한 경북 청도 대남병원은 다인실 진료, 치료 기반 부족 등 문제로 그동안 감염병 치료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상태가 악화돼 타 병원으로 이송된 환자도 22일 17명에서 25일 25명까지 늘었다. 결국 코호트 격리 6일 만인 이날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은 브리핑에서 “전문가 현장평가에서 음압병상이 없고 전문 인력, 치료 장비가 부족한 문제가 지적돼 정신병동 확진자 60명을 서울 광진구 국립정신건강센터로 이송한다”고 밝혔다.

김 총괄조정관은 “코호트 격리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한 인식을 충분히 하고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상황 이외에 코호트 격리를 하는 것은 조심하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병상, 인력으로 인해 코호트 격리 조치에 들어가는 병원이 갈수록 늘고 있다. 대남병원에 이어 부산 아시아드 요양병원(확진자 2명), 경남 한마음창원병원(5명)이 코호트 격리됐고, 이날에만 부산 나눔과행복 재활요양병원(2명), 울산 이손요양병원(1명)이 추가 격리됐다.

최예슬 최지웅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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