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래구에 사는 주부 박모(44) 씨는 최근 시부모와 합가해 살고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마음이 계속 불편하다. 시어머니(73)가 교회 등 종교활동은 물론이고 각종 봉사활동을 이유로 많은 모임을 하지만, 집에 돌아와 씻지도 않은 손으로 아이들 얼굴을 만지시는 걸 자주 봐왔기 때문이다. 애들 앞에서 거리낌없이 기침하는 것도 불만이다.

‘코로나19 포비아’로 인한 심리적 불안감이 가족 관계에도 균열을 만들고 있다. 확진자가 가족 구성원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2∼3차 감염 사례가 보고되면서 외부활동을 하고 돌아온 가족을 바이러스 혹은 감염자로 취급하면서 갈등의 불씨로 작용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박모(44)씨는 당장 이번 주말이 걱정이다. 경북 영덕에 사는 부모가 시외버스를 이용해 집에 오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지병 때문에 평소 다니던 병원에 제대로 갈 수 없어 부득이 아들 집으로 오기로 했다. 박씨는 “세 살짜리 아기 걱정으로 아내가 눈물을 글썽이며 부모님의 방문을 좀 늦춰 달라 부탁드리라고 했다”며 “그렇다고 병원에 가지 마시라고 할 수도 없고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기분도 나빠하실까 봐 눈치만 보고 있다”고 했다.

부산 동래구에 사는 황모(37) 씨는 인근 온천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환자가 계속 늘어나자 하루하루가 걱정이다. 손주를 돌보기 위해 대중교통으로 집에 오는 친정엄마가 불안해서다. 마스크를 끼고 다닌다지만 어머니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부부는 지역에 있는 조선업체와 자동차 부품 생산기업에서 각각 맞벌이 중이다. 제조업체의 특성상 자택 근무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부모의 도움이 절실한 상태다. 그렇다고 돌보미를 부르는 것은 더욱 불안해 용납할 수 없는 심정이다.

사상구에 사는 주부 조모(36) 씨는 “오는 29일 열리는 시아버님 칠순 잔치를 취소하거나 불참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다”며 “가족들만 진행하는 행사에 아들 내외가 불참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지난달 돌 지난 애가 첫 손자라 시부모님이나 친지들이 안아보려는 게 아닐까 우려된다”고 했다.

손주들의 위생 관리를 철저하게 하라고 강압하는 경우도 생겼다. 부산 진구에 사는 공무원 김모(38·여) 씨는 “지난 24일 일요일 이른 아침 시어머니 전화로 잠을 깼다”며 “서면에 있는 한 찜질방에 메르스19에 감염된 중국인 신천지 교인이 며칠간 숙식했다는 뉴스가 나왔다며 다짜고짜 손자들을 집 밖으로 절대 보내지 말라고 하셨다”고 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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