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명동의 한 약국에 27일 정부에서 시행하는 마스크 판매는 3월부터 판매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지문이 붙어 있다. 정부는 전날 공적 판매처로 지정한 우체국과 농협을 비롯해 각 약국에서 마스크를 구입할 수 있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많은 시민들이 빈손으로 발길을 돌렸다. 연합뉴스

“마스크 수급 불안이 발생한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합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머리를 숙였다. 불과 하루 전날 자신만만하게 전국적으로 마스크 수급이 이뤄질 것이라 공언했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모양새였다. 기초적인 조율조차 되지 않아 벌어진 ‘마스크 대란’에 “국민 개개인 손에 마스크를 지급하라”고 했던 대통령의 지시도 무색해졌다.

정부가 27일 오후부터 가능할 것이라 약속했던 마스크 긴급수급 일정이 제대로 조율되지 않은 채 발표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난이 빗발쳤다.

홍 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브리핑을 열고 “생산업체와 공적 판매처 간 세부 협의 때문에 정상적인 공적 물량 공급체계를 구축하는 데 하루 이틀 더 시간이 걸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현장에서는 헛걸음을 한 시민들의 원성이 쏟아졌다.

이날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전날 발표 이전에 농협과 우정사업본부를 비롯해 국내 최대 의약품 유통업체인 지오영컨소시엄 등과 공급량·일정 등을 확정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마스크 문제와 관련 국민들의 체감을 강조하면서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현장에서 확인해 달라”고 거듭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마스크 공급이 행정적 조치로 끝나지 말아야 한다”며 이같이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질책에 가까운 발언이다.

우체국과 농협하나로마트, 약국에서는 마스크를 사러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시민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각 기관 직원들도 반복되는 문의에 종일 시달려야 했다. 서울의 한 농협하나로마트 진열대에서 과자를 정리하던 직원은 손님들의 반복되는 질문에 “정부가 물량도 안 주고 발표를 내면 어떡하느냐. 직원들이 일을 할 수가 없다”며 역정을 냈다.

서대문구 홍은동 주민 박영실(63)씨는 이날 마스크를 사기 위해 들른 우체국과 하나로마트만 3곳째였다. 박씨는 “일회용 마스크 10개가 집에 있는 전부인데 우리 가족은 4명”이라며 “하루에 1개씩 써도 월요일까지 버틸 수가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점심시간을 틈타 마스크를 사러 들른 인근 은행 직원 조모(48)씨도 발걸음을 돌렸다.

한 지역 약사회 관계자는 “정부로부터 마스크 공급과 관련해 그 어떤 공문이나 언급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 광화문역 인근의 한 약국 약사는 “아침에야 오늘 중 마스크를 공급받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다음 달 초에나 들어온다고 업체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오전까지 마스크 20만6000장이 경기도 평택 물류센터에 들어올 예정이었지만 제조사가 생산이 불가능하다고 해 15만장으로 줄였다”면서 “가까운 지역도 28일쯤 판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 26일 대구·경북 지역에 공급된 마스크 9만9000장은 이날 해당 지역에서 판매됐고 추가로 7만5000장이 공급돼 28일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단 서울 등 수도권 지역은 제외된다.

우정사업본부는 오전 다음 달 2일부터 마스크를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가 오후에 입장을 바꿨다. 우정사업본부는 “27일 오후 5시부터 대구와 청도 등 우체국에서 마스크를 판매하고 28일부터 전국 읍·면 우체국에서 확대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확보된 물량을 정확히 말하긴 어렵다”면서 “마스크를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효석 이종선 기자 prome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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