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급속히 확산되는 코로나19로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다. 하지만 선거를 잘못 치르게 될 경우 코로나19와는 비교할 수 없는 국가적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다. 이제부터 차분하게 주권자로서 어떻게 투표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야 한다.

흔히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이는 선거를 통해 국민이 주권자임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국민이 선출한 대표자가 국민의 위임하에 국정을 수행하는 것이 대의제 민주주의의 기본이며, 선거는 이러한 대의제 민주주의의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선거는 주권자인 국민들의 축제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이전투구 선거로 인해 민주주의가 왜곡되고 있지 않은가. 물론 1960년 3·15 부정선거가 행해지던 시절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 있었고, 대한민국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신생 독립국 중에서 민주주의 성장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성취한 매우 드문 사례라는 점은 널리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우리의 민주주의는 만족스러운 수준으로 완성돼 있는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거니와 민주화 이후의 선거가 과연 얼마나 민주적이었는지에 대해서도 반성이 필요하다. 관권선거나 금권선거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진정 민주적 선거이기 위해서는 국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선거여야 하며, 선거 결과에 대해 대다수 국민이 만족할 수 있는, 적어도 납득할 수 있는 선거여야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선거에 대한 국민의 실망이 커지는 것은 왜이고, 그럼에도 개선이 없는 것은 또 왜인가.

정치는 통합의 과정이다. 국가공동체의 존재 이유와 발전 방향에 관한 국민의 가치적 공감대 속에서 작은 문제 하나하나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또 이를 수렴해 하나로 융합시키는 과정이 정치인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선거는 통합이 아닌 분열이며 전쟁이다. 적군과 아군의 진영을 분명히 나누고, 싸워서 이겨야 살아남는다는 생각이 지배하는 전쟁이다. 실제로 승자가 정권을 가져갈 뿐만 아니라 선거방식 자체가 승자독식을 제도화하고 있다. 오로지 승자만이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선거 속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 돼버린 것이다.

그동안 선거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 선거제도를 개혁하려는 노력들이 적지 않았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매니페스토운동과 같은 시민단체의 노력도, 국회에서 수없이 반복돼 온 정치 개혁 논의도 그러하다. 이러한 실패의 반복은 악순환의 연속이라 할 수 있다. 선거를 민주화하기 위해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한데,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서는 민주적 선거에 의해 민의에 충실한 국회가 구성돼야 하는 모순 때문이다.

달리 보자면 국회가 주도하는 선거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국회에 대한 신뢰가 전제돼야 하는데, 국민 불신이 심각하니 제대로 된 개혁을 추진할 동력을 찾기도 어려운 것이다. 최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논의에서도 이를 위한 국회의원 정수 확대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니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선순환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한 번의 강력한 개혁으로 선거제도가, 민주주의가 눈에 띄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조금씩 그러나 꾸준하게 개선해야 한다. 악순환에서 선순환으로 돌려놓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 선순환이 계속 반복돼야 한다. 이를 통해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믿을 수 있을 때 대한민국의 선거는 그리고 민주주의는 완전한 선진국 단계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민주주의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주주의는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 속에서 조금씩 성장할 뿐이며, 그래서 수백 년 민주주의 역사를 갖고 있는 서구의 선진국들도 여전히 민주주의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민주화 이후 30년 만에 민주주의의 완성을 기대할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으로 민주주의를 성장시켜야 한다.

그리고 주권자인 국민 힘으로 악순환을 끊고 민주주의를 성장시키기 위한 첫 단추는 역시 올바른 선거일 수밖에 없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때 정치권 또한 그에 부응해 새로운 민주적 제도를 발전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영수 고려대법학전문대학원 헌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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