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력이 크지 않은 폭풍이 다른 자연현상들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상상을 초월하는 대형 재난으로 발전하는 현상을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라고 한다. 1991년 10월 미국 북동부 대서양에 형성된 온대성 저기압이 남쪽에서 올라온 2등급 허리케인을 만나 초대형 허리케인으로 몸집을 불린 뒤 동부 해안을 강타해 엄청난 피해를 입힌 데서 유래됐다. 최대 풍속이 시속 120㎞에 파도 높이가 12m나 되는 이 거대한 허리케인에 참치잡이 배 앤드리아 게일 호의 선원 6명을 포함해 10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10억 달러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미국의 프리랜서 기자이자 작가인 세바스천 융거는 앤드리아 게일 호를 소재로 1997년 ‘퍼펙트 스톰’이란 제목의 소설을 출간해 화제를 모았다. 2000년엔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가 주연한 동명의 재난영화가 상영돼 국내에서도 퍼펙트 스톰의 존재가 널리 알려졌다. 초대형 자연 재난을 가리키던 이 용어는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거치면서 복합적 요인에 의한 글로벌 금융·경제 위기를 지칭하는 말로 쓰임새가 확장됐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2011년 6월 “유로존 위기, 미국 더블딥, 중국 경제 경착륙이 겹쳐 2013년쯤 퍼펙트 스톰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후폭풍에 휘청거리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1월 20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불과 38일 만에 세계 86개 주요국 증시의 시가총액이 5조9988억 달러(7290조원)나 증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가 그 어떤 전쟁이나 금융위기, 자연재해에 비해서도 훨씬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경제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 대부분 국가들이 영향권에 있지만 중심부로 빠져 든 우리나라는 특히 심각하다. 감염자 급증으로 불안감이 번지면서 경제·사회 활동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한국발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도 늘어나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코로나19가 몰고 온 퍼펙트 스톰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걱정이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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