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산업과학혁신원 관계자들이 지난해 10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부산 연구개발(R&D) 주간’에서 ‘지역 R&D 톱 도시 부산’을 지향하는 비전 선포식을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산업과학혁신원 제공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일자리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AI)이 단순업무를 대체하고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드론과 관련한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는 등 유망 직업군이 급변하고 있다. 부산산업과학혁신원(BISTEP·비스텝)은 이에 따른 산업구조 변화에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응체계를 마련했다.

비스텝은 정부 R&D 예산 20조원 시대를 맞아 부산시의 올해 유치 목표인 5%(1조500억원)를 오는 2022년까지 7%(1조65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지역 R&D전담기관으로 부산지역의 주력산업 중심 연구도 강화하며 지역 기업의 산업 전환을 위한 출구전략도 제시할 예정이다. 지난달 6일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자동차부품 업체 코렌스이엠(EM) 노사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산형 일자리 창출 사업’도 비스텝의 손을 거쳤다.

비스텝은 올해부터 5년간 물류산업 미래전망 연구를 추진한다. 2024년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150억원을 받아 추진하는 ‘지능형 무인 자동화 스마트물류시스템 구축사업’은 부산지역 항만·물류센터, 배후단지 물류센터 간 거점 간 연계 강화를 목표로 한다. 여기에는 IoT 기반 물류 장비 원격제어 운영기술과 물류 장비 무선 전력 충전 기술, 라이다(Lidar) 기반 물류 시설 안전 시스템 등 스마트 물류 핵심 기술 개발이 추진된다.

이번 달 기준 정부 정책과 연계한 25개의 R&D사업 총 5175여억원(국비 2538억원 포함)의 사업비를 확보한 만큼 지역에 필요한 R&D사업에도 강한 드라이브를 건다. 비스텝은 지난해 9월 국내 유일 로봇 전문기관인 한국로봇융합연구원 부산 URI-Lab 유치도 이뤄냈다. 연구소 유치로 오는 2023년까지 박사급 연구원 일자리 30개와 12개 사업 총 478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서비스산업 혁신을 위한 서비스 R&D 지원방안도 마련한다. 서비스산업 지원을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에도 불구하고 부산의 서비스산업은 영세성과 저성장이라는 이중고에 처해 있다. 비스텝은 기업의 혁신역량과 정책수요를 고려해 장기적인 플랫폼 중심의 R&D 생태계 강화방안을 제시하고 전문연구기관인 ‘서비스연구개발센터’(가칭)설립을 추진한다. 부산지역 서비스 기업 200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말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유통, 도소매, 숙박 등 전통적인 서비스업은 혁신에 대한 수요는 높지만, 역량과 자원이 부족해 R&D 지원수혜를 거의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 데 반해 1인당 노동생산성은 저조한 산업구조라서 센터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센터 설립이 완료되면 서비스 부문의 산학연협력을 촉진하고 업종별 전문적인 R&D 기획을 수행해 지역 서비스업체의 사업화 성공률을 높이는 핵심 기능을 수행할 예정이다.

지역 인재 발굴에도 팔을 걷어붙인다. 비스텝은 부산시의 대표 강점 중 하나인 ‘대학’을 적극 활용한 R&D사업을 추진해 지역 연구자들의 연구역량을 강화함으로써 혁신 생태계 마련을 위한 초석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올해 총 4건의 산학협력사업을 통해 혁신인재 양성을 추진한다. 특히 오는 16일까지 연구자를 공모해 추진하는 ‘대학 R&D 씨앗기획사업’은 국가의 R&D사업 유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대 1000만원의 기획비를 지급하는 등 사업 초기부터 지원한다.

부산에서 최초 기획한 ‘대학 산학연 연구단지 조성사업(I-URP)’은 교육부 재정지원사업으로 선정돼 전국으로 보급했다. 비스텝은 이 사업을 통해 지역 기업이 스스로 R&D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중앙공모사업 기획보고서에 대한 컨설팅 지원으로 부산시 R&D사업 국비 유치(2638억원) 확대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비스텝은 전국 지자체 최초로 부산시의 R&D사업 투자방향을 수립하고 예산을 배분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부산지역에서 추진하는 R&D사업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난해 65건의 사전 타당성 평가와 18건의 성과평가를 시행해 부산시 R&D예산 1103억원을 배분함으로써 한정된 자원을 보다 효율적이고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비스텝은 과학기술과 신산업 등 신성장산업 발굴 및 육성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지역 산업구조 혁신을 위해 출범한 R&D 전담기관이다. 지난해 7월 부산시 조례 개정에 따라 부산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명칭을 변경하고 업무를 조정했다. 중앙정부가 전국을 대상으로 시행하던 정책 관행에서 벗어나 지역 상황에 맞는 R&D 정책을 부산이 주도하도록 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업무 기능이 확대되면서 과학기술 기획·평가 업무에 산업구조 혁신방안 수립 기능을 수행한다. 비스텝 모델은 지역 주도 혁신방안의 대표 사례로 평가받으면서 올 하반기 개원 예정인 대전시 대전과학산업진흥원(DISTEP)의 롤 모델이 될 전망이다.

▒ 김병진 비스텝 원장 “차세대 먹거리 개발… 부산경제 마중물 역할 최선”

“장기적인 과학기술정책을 만들고 신산업을 연구하는 기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산의 미래 먹거리를 개발해 지역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겠습니다.”


김병진(사진) 부산산업과학혁신원장은 2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산의 잠재력을 면밀히 분석하고 주력산업을 육성함으로써 지역 산업구조를 고도화해 지역 경쟁력을 올리는 데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지역 산업현장과 정책을 두루 거친 전문가다. 부경대에서 화학공학 석·박사를 받았으며 부산테크노파크에서 실무를 익혔다. 부산시 연구개발과와 과학산업과 전문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의 연구 성과 평가 위원으로도 참여했다. 지난해 10월부터 혁신원장직을 맡고 있다.

김 원장은 “앞으로 사물인터넷(IoT), 로봇기술 등 신기술을 기반으로 사물과 사람이 연결되고 산업 간의 경계는 무너져 새로운 융합산업이 탄생할 것”이라며 “신기술은 항상 새로운 수요와 신규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이 만들어 낼 기회를 잘 포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부산산업과학혁신원은 지역에 필요한 R&D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 산업 혁신을 선도,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부산지역 주요 산업인 자동차부품산업, 물류산업, 조선기자재산업 등 3대 산업에 대한 혁신방안을 수립했고, 전략적 이행을 위해 부산시민과 전문가가 참여하는 ‘산업구조혁신플랫폼’을 구축해 5개 산업 총 74건의 신규 산업혁신 사업을 발굴했다. 그는 “올 한해 주력산업의 종합 육성방안을 마련하고 미래 신산업 창출 방안에 대한 다각화·고도화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김 원장을 찾아오는 지자체도 많다. 개원 6년간 누적된 혁신사업 발굴 과정과 노하우를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다. 지난 21일 대전시 문창용 과학산업국장과 공무원들이 올 하반기 개원 예정인 대전과학산업진흥원(DISTEP)의 운영방안을 고심 중 부산을 찾았다. 문 국장 일행은 지역산업의 미래를 예측해 정부 R&D예산을 유치하는 ‘과학기술 기반 산업혁신 선순환 체계’에 주목했다.

김 원장은 “앞으로도 DISTEP과 같은 지역의 연구개발 전담기관들과 상호 협력, 지역 발전을 위한 초석을 놓은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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