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화요일 승자는 바이든… 9개주서 승리 거둬 대역전

反샌더스 연대 위력… 선두로 컴백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3일 밤(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경선 최대 승부처인 ‘슈퍼 화요일’에서 승리를 거뒀다. AP연합뉴스

미국 14개주와 미국령 사모아 등 15곳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이 지난 3일(현지시간) 동시에 열린 ‘슈퍼 화요일’에서 조 바이든(77) 전 부통령이 승리를 거뒀다. 뉴욕타임스(NYT)는 4일 경선 결과를 보도하며 “바이든이 선두주자로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한때 ‘대세론’을 누렸으나 민주당 경선 1, 2차전이었던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에서 각각 4위와 5위로 처지며 몰락 위기에 빠졌던 바이든 전 부통령은 위력을 되찾았다.

바이든의 완벽한 부활로 민주당 초반 경선전을 주도하던 버니 샌더스(78) 상원의원의 독주 체제에도 제동이 걸렸다. 슈퍼 화요일을 거치면서 민주당 경선 구도는 중도 성향의 바이든과 진보 성향의 샌더스의 양강 체제로 재편됐다. 동부 출신의 70대 후반 백인 남성 간 맞대결로 좁혀진 것이다. 두 후보가 박빙 싸움을 펼치고 있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항마를 뽑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장기전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CNN방송은 바이든이 텍사스주·앨라배마주·노스캐롤라이나주·버지니아주·테네시주·아칸소주·오클라호마주 등 남부 7개주와 매사추세츠주·미네소타주를 합해 총 9개주에서 승리를 거뒀다고 보도했다.

샌더스 의원은 캘리포니아주·콜로라도주·유타주 등 서부 3개주와 자신의 지역구인 버몬트주 등 4개주에서 이겼다고 CNN과 AP통신은 전했다. 샌더스는 민주당 경선에서 가장 많은 대의원이 있는 캘리포니아(415명)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저력을 과시했다.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메인주에서도 바이든이 앞서 있다. 바이든으로선 슈퍼 화요일의 14개주 경선에서 최대 10개주 승리가 가능한 상황이다.

NYT는 미국 동부시간 4일 오전 4시15분 현재 최종 개표 결과를 추산해 대의원 확보 수를 따져보면 바이든이 670명, 샌더스는 589명을 확보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바이든의 승리에는 ‘반(反)샌더스 연대’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과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경선 후보 중도 사퇴를 결정하고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중도 성향의 표가 분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 민주당 내 주류인 중도파는 ‘급진 좌파’라는 공격을 받는 샌더스가 민주당 최종 후보가 될 경우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필패할 것이라고 우려해 왔다.

CNN이 버지니아주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출구조사를 한 결과 슈퍼 화요일 당일에 후보자를 결정했다고 답한 비율이 17%로 조사됐다. 또 ‘며칠 전’이라고 응답한 유권자는 30%에 달했다. 최근 지지 후보를 결정한 비율이 47%나 되는 것이다. 중도 성향인 부티지지와 클로버샤의 지지자들이 대거 바이든으로 이동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또 CNN의 노스캐롤라이나주 출구조사에서는 유권자들의 62%가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줬다고 답했다. 정책에 대한 지지로 후보를 고른 유권자는 36%였다. 본선 경쟁력에서 샌더스보다 우위에 있는 바이든에게 ‘표 쏠림’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바이든과 샌더스는 지지층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중도 성향 유권자와 노인층, 흑인이 바이든에게 몰표를 던졌다고 보도했다. CNN은 진보 성향 유권자와 젊은층, 히스패닉이 샌더스를 지지했다고 전했다. 샌더스가 캘리포니아주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주에 많이 살고 있는 히스패닉 표심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투표 이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한 유세에서 “(오늘을) 슈퍼 화요일이라고 부르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기뻐했다. 이어 “우리의 선거운동이 트럼프 대통령을 쫓아낼 것”이라며 “우리는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클로버샤 상원의원 덕분에 (그의 지역구인) 미네소타에서 이겼다”면서 “부티지지 전 시장의 지지를 확보했던 것 또한 무척 자랑스럽다”고 감사를 전했다.

샌더스는 홈그라운드인 버몬트주에서 “트럼프와 똑같은 낡은 정치로는 트럼프를 꺾을 수 없다”고 바이든을 에둘러 비난했다. 이어 “우리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할 것이고, 이 나라 역사상 가장 위험한 대통령을 꺾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슈퍼 화요일을 통해 14개주에서 1357명의 대의원을 선출했다. 이는 민주당 경선에서 뽑는 전체 대의원 3979명의 34%에 해당하는 수치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선 1991명의 대의원이 필요하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