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중도 하차에 뿔난 美 여성들

美 전역서 “유리천장 분노… 슬프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은 그녀를 원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미 전국에 걸쳐 워런(사진) 사퇴를 슬퍼하고, 워런에게 헌사를 보내는 글이 소셜미디어와 NYT 기사 댓글창에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매사추세츠의 앤이라고 밝힌 NYT 독자는 “나는 워런이 수백만명의 사람들, 특히 젊은 여성과 소녀들에게 영감을 전달한 데 대해 고마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워런은 훌륭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면서 “우리나라는 믿을 수 없는 기회를 잃었다”고 애석해했다.

샌디에이고에 사는 EB라는 여성은 “대학생 학자금 대출 탕감이든, 의료보험이든 그녀의 말은 모든 것이 완벽하게 옳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녀는 아이 둘을 내 힘으로 키우는 내 삶을 이해했다”면서 “나는 그녀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 진심으로 감사했다”고 전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지난 5일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레이스에서 중도 하차했다. 이틀 전 14개주에서 동시에 치러진 ‘슈퍼 화요일’에서의 패배가 결정적이었다. 워런의 사퇴로 민주당 경선 구도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양자 대결로 조기에 압축됐다.

민주당 유력 경선 후보의 중도 사퇴는 워런 상원의원이 네 번째로 가장 늦었다. 앞서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을 시작으로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바이든 지지’를 외치며 줄줄이 사퇴했다. 하지만 워런의 중도 하차에 대한 시민들, 특히 여성들의 반응은 특별하다는 분석이다. 가난했던 유년 시절, 첫 사랑과의 결혼과 이혼, 출산 이후 늦깎이 로스쿨 공부 등 질곡을 극복한 워런의 스토리는 많은 여성에게 큰 위안이 됐다는 것이다. 워런의 사퇴로 미국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의 꿈도 물거품이 됐다.

NYT는 워런의 하차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은 크게 세 가지라고 분석했다. 첫째, 많은 사람이 의료보험·보육 정책과 대학생 학자금 대출 탕감 등 워런이 진보적인 공약을 대선 무대에 의제로 올려놓은 것을 고마워한다고 전했다.

둘째는 ‘유리천장’에 대한 분노다. 일부 미국인은 남성보다 여성이 당선될 확률이 낮은 현실이 계속되고 있으며, 유리천장 위에 백악관이 있는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는 데 환멸을 느낀다는 것이다. 여성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워런 하차 소식에 “이것은 유리천장이 아니다”며 “대리석 천장”이라고 아쉬움을 표출했다.

셋째는 향후 워런의 정치적 선택이다. 워런이 바이든과 샌더스 중 누구를 지지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7일 보도에서 워런이 샌더스를 지지할 경우 그녀가 걸어왔던 진보적 이념 성향과 맞고, 향후 좌파 진영에서 지도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샌더스가 경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낮은 데다 그동안 제기된 두 사람 사이의 갈등설이 변수다.

워런이 바이든을 지지할 경우 그녀가 추진했던 어젠다들을 민주당 지도부가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 바이든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차기 정부에서 역할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의료보험과 무역 등에서 워런과 바이든의 정치적 차이가 너무 큰 것이 부담이다.

WP는 워런이 민주당 경선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대선 후보가 선출됐을 때 지지를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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