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주당 바이든, 27세 지방의원·30세 상원의원·79세 대권 도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경선 초반 예상 외 부진을 보인 바이든은 지난 3일 16개주에서 동시에 치러진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압승하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양강 구도를 만드는 데 성공했고, 1주일 후인 10일 6개주에서 열린 ‘미니 화요일’ 경선에서 다시 승리하며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가 됐다. AFP연합뉴스

기쁜 일과 슬픈 일이 함께 다닐 때가 있다. 젊은 시절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딱 그랬다. 바이든은 1942년 11월 20일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에서 태어났다. 바이든의 아버지는 한때 부자였으나 사업 실패가 잦았다. 바이든은 27세에 델라웨어주 뉴캐슬 카운티의 지방의원 선거에서 승리했다. 평생 몸 바칠 정계에 받을 디딘 것이다.

미국 역사상 6번째 최연소 상원의원

바이든은 1972년 델라웨어주에서 치러진 미국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 그의 나이 29세였다. 출마 이유가 아이러니했다. 당시 공화당 상원의원이었던 칼렙 보거스가 워낙 거물이어서 민주당에 출마자가 없었다.

하지만 기적이 벌어졌다. 베트남전쟁 광풍이 불던 시대 상황이 그를 도왔다. 바이든은 베트남 미군 철수와 인권을 주장하면서 젊은 층과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투표함을 열어보니 바이든은 50.5%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49.1%의 보거스를 눌렀다. 바이든은 30세에 상원의원이 됐다. 미국 역사상 6번째 최연소 상원의원이었다.

하지만 한 달 뒤인 1972년 12월 바이든 부인인 넬리아가 세 자녀를 데리고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러 갔다가 차가 트럭에 들이받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넬리아와 갓 돌이 지난 딸 나오미는 숨지고 두 아들 보와 헌터는 중상을 입었다. 바이든은 두 아들의 치료를 위해 상원의원 포기 의사를 전달했으나 민주당 지도부가 만류했다. 1973년 1월 5일, 바이든은 워싱턴의 의사당이 아니라 두 아들을 간호하던 델라웨어주의 한 병원에서 상원의원 취임 선서를 했다.

바이든은 1977년 지금의 부인 질과 재혼했고, 딸 애슐리를 낳았다. 바이든은 가톨릭 신자다.

6선의 상원의원, 오바마의 부통령

바이든은 델라웨어주를 선거구로 6년 임기의 미 연방 상원의원을 6선이나 했다. 온건하며 친근한 이미지가 롱런의 기반이 됐다. 의회 경력도 화려하다. 그는 1987년부터 1995년까지 상원 법사위원장을 지냈다. 또 두 차례에 걸쳐 2년씩 상원 외교위원장을 모두 4년 역임했다.

하지만 승승장구만 한 것은 아니었다. 2002년 이라크전쟁 개전에 대한 상원 표결에 바이든이 찬성표를 던진 것은 두고두고 발목을 잡는다. 바이든은 1988년과 2008년에 각각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가 중도 사퇴했다. 올해 대선 도전은 바이든에겐 삼수째인 셈이다.

바이든 정치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은 버락 오바마를 만난 것이다. 바이든은 오바마 대통령 밑에서 8년 동안 부통령을 역임했다. 오바마는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민주당 주류와 백인 노동자층의 지지를 받는 바이든을 부통령 후보로 선택했다.

바이든이 흑인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것도 오바마의 유산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올해 경선 과정에서 바이든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를 선언하지 않아 바이든의 애를 태우고 있다.

선제공격도 가능… 강경한 대북정책

바이든의 대선 공약 윤곽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자유무역과 다자주의를 옹호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는 차별화된 정책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민주당 대선 후보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보다 경제·사회 정책에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의 선거 캠프에는 오바마 행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우리에게 가장 관심사는 대통령이 됐을 경우 바이든이 추진할 대북 정책이다. 바이든은 ‘트럼프식’의 북·미 정상회담은 절대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지난 1월 14일 민주당 경선 TV토론에서 “북한이 바라는 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정통성을 부여하고, 제재도 낮춰 줬다”면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일본·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이 북한에 압박을 가하도록 강하게 압력을 넣겠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때까지 대북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바이든은 뉴욕타임스의 설문조사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을 사전 억제할 목적으로 군사력 사용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미 국민과 미 의회의 동의를 전제로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주한미군 철수도 반대하고 있다.

아킬레스건은 아들 헌터

그러나 약점도 많다. 바이든은 잦은 말실수로 유명하다. 여성들의 어깨나 머리를 잡아 ‘나쁜 손’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77세의 고령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워싱턴 주류사회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으며 참신하지 못하다는 비판은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하지만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차남 헌터다. 트럼프의 탄핵 조사를 낳았던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바이든 부자가 연관된 것도 헌터가 발단이 됐다. 헌터는 우크라이나의 가스회사 부리스마의 이사였다. 우크라이나 검찰이 2015년 말 부리스마를 수사하려고 하자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정부에 검찰총장의 해임을 요구했다는 설은 여전히 화약고다. 바이든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경우 트럼프는 이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게 불 보듯 뻔하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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