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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로 ‘인생 2막’… 새로운 선교 동력 기대

이·미용 기술 등 배워 해외로 파송되는 은퇴자들 많아

한국세계선교협의회는 “한국에서 파송한 선교사 중 58%는 50대 이상”이라며 시니어 세대를 선교 동력으로 활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2018년부터 태국 치앙마이에서 사역하는 안경한 선교사(왼쪽 뒷줄)가 현지 주민들에게 미용 봉사를 하는 모습. 안경한 선교사 제공

“고령화 사회, 그런 시대가 됐어요. 이 시대에 이렇게 많은 어른이 있다는 건 교회나 나라를 위해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해요. 그들의 역량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시니어선교한국 실행위원인 정송현 선교사는 1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시니어선교 사역의 필요성을 이렇게 강조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지난해 11월 한국선교지도자포럼에서 발표한 ‘한국 선교사 파송 현황’만 보더라도 선교사의 58%는 50대 이상이었다. KWMA는 한국의 선교 패러다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생 2모작으로 선교를 준비하는 시니어 세대, 선교 사역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온 은퇴선교사들을 한국교회와 기관들이 새로운 선교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퇴선교사는 선교 자산

“한국 나이로 음… 팔십 다섯.” 정 선교사는 자신의 나이를 밝히며 웃었다. 1936년생인 정 선교사는 환갑을 한 해 앞둔 96년 11월 선교 비전을 마음에 품고 우즈베키스탄을 찾았고 2009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은퇴선교사로서 쉴 만도 했지만 할 일은 더 많았다. 늦은 나이에 선교 사역을 시작하려는 이들을 훈련해야 했고 한국에 온 우즈벡 근로자들도 품어야 했다.

KWMA는 은퇴선교사 수가 2015년 300명을 넘어선 뒤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는데 올해는 1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이 쌓아온 경험은 값으로 따지기 어려운 한국교회의 자산인 만큼 이를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는 게 KWMA의 설명이다.

KWMA 조용중 사무총장은 “하나님의 복음 사역을 위해 계속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줘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 선교사의 경우 우즈벡으로 떠나기 전 별도의 선교사 훈련을 받지 않았다. 그는 평생 공립 중 고등학교에서 영어교사로 봉직했다. 95년 NGO 단체의 비전트립에 참여하기 위해 미국에서 단기교육을 받은 게 전부였다. 이 교육도 이론 중심이라 현장에 적용할 게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하나님이 자연스럽게 체득시켜 준 것 같아요. 다니던 교회가 새로운 교회를 개척했는데 그 과정에서 어려운 지역에 복음을 전하는 훈련을 한 것 같아요. 4년마다 옮겨야 하는 공립학교에 있었던 것도 훈련이었던 것 같고요. 옮길 때마다 교사들과 성경공부를 했거든요.”

13년여 만에 한국에 돌아오니 상황은 달라져 있었다. 선교단체와 교회들은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의 경험을 공유하려는 곳들도 많아졌다. 다문화사회가 되면서 한국 내 우즈벡 사람들을 위한 선교 사역도 필요해졌다. 정 선교사는 “제가 체험하고 배웠던 것들을 공유하고 싶다”면서 “은퇴선교사들이 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선교사로 인생 2막을 열다

10일 아침 SNS로 메시지와 함께 사진이 도착했다. 보낸 이는 안경한 선교사. “태국 위양빠빠오에 있는 라완보육원의 기숙사 증축 기념 예배를 드린 후 찍은 사진입니다. 저를 제일 따르는 리라헬이라는 5살 여자아이예요. 아이들이 너무 맑고 순진합니다.”

사진 속 안 선교사와 아이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안 선교사는 2018년 5월 25일 태국 치앙마이에서 선교 사역을 시작했다. 그때 그의 나이는 73세였다.

그전까지 안 선교사는 지금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에서 아시아 사업본부장을 지냈고 자회사인 부산신항만 대표이사로 3년 6개월간 일했다. 2006년 은퇴한 뒤 5년은 쉼이 우선이었다. 책을 읽고 여행도 다녔다. 평소 꿈꾸던 자원봉사를 위해 기술도 배웠다.

안 선교사는 “아내는 미용, 저는 이발 기술을 1년간 배웠고 남서울은혜교회와 지구촌교회 이·미용 봉사팀과 요양병원 등을 찾았다”고 전했다. 선교사의 비전을 품게 된 건 2017년 시니어선교한국 워크숍을 통해서다. 은퇴한 사람들이 해외 선교사로 파송돼 봉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시니어선교한국은 2007년부터 시니어선교학교를 통해 시니어 인적자원을 선교 전문 인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2019년까지 1859명이 수료했고 단기 중장기 시니어 선교사도 배출했다. 시니어선교한국은 이들이 전문적인 젊은 선교사들과 다른 점을 설명했다. 오랜 세월 각자의 분야에서 청춘을 바쳤던 만큼 내공이 만만치 않았다. 대기업 임원, 교육자부터 사업가까지 분야도 다양했다. 자비량 선교라는 점도 특징이었다.

안 선교사도 삼성물산에 근무할 때의 경험이 선교사역에 도움을 줬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11년간 살았던 터라 해외 생활에 금방 적응했다. 영어도 익숙했다. 13주간 교육을 받은 뒤 이듬해 태국 치앙마이와 치앙라이 부근 산악의 소수부족과 보육원을 대상으로 선교에 나섰다.

“목표는 젊은 후배 전문 선교사님들을 도와주는 겁니다. 그들이 개척하는 교회나 마을에 가서 머리도 깎아주고 영어도 가르치는 등 재능을 기부하고 헌금과 따뜻한 말로 격려하는 겁니다.”

인생 2막으로 선교 사역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도 경험을 담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시니어세대가 해외 선교를 떠나려면 따져야 할 게 많아요. 건강, 부부간 의견, 하나님에 대한 깊은 믿음, 경제적 여건 등. 건강이 우선이고 작은 기술이라도 배워 오시면 좋아요.”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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