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코로나19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의 팬데믹(대유행)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뒤늦게 경고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한 전염병 위협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이탈리아와 이란은 이미 한국을 앞질러 더 많은 확진자가 나왔다.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주요 유럽국가들도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서 급격하게 늘고 있다. 미국 역시 워싱턴 뉴욕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빠른 확산이 나타나고 있다. 전염이 처음 시작된 중국은 신규 확진자가 현격히 줄어들었고 한국도 감소세로 바뀐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지만 다른 국가들은 이제 시작인 셈이다.

세계로 퍼져가는 코로나19의 위세는 아시아 중동에 한정됐던 사스(2002년), 메르스(2012년)보다 강하다. 세계적으로 163만명을 감염시키고 2만명 가까이 사망케 한 신종플루(2009년)보다 더 큰 피해를 가져오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아직 치료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불안은 더욱 크다.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2001년 9·11 테러와 2008~2010 글로벌 경제위기보다 더 큰 규모의 글로벌 재난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국제 유가 불안정과 겹치면서 뉴욕 증시 폭락을 신호로 경제위기 조짐이 이미 뚜렷해지고 있다. 생물학적 재난에 경제위기까지 겹치면 사회 불안과 정치 혼란을 피하기 어렵다.

위기상황일수록 각종 문제를 해결하고 혼란을 진정시킬 의사결정과 정책실행, 의사소통 능력을 갖춘 뛰어난 정치 리더십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와 같은 복합적 위기상황은 가뜩이나 난제들에 시달리는 정치 리더십에 많은 부담과 장애를 가져온다. 일상의 불편에 시달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힌 국민은 정부와 공권력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높아진다. 위기상황을 틈타 경제적·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기회주의 세력들 또한 곳곳에서 혼란을 부추긴다. 국민을 현혹하는 가짜 뉴스가 난무하고 마스크 매점매석 사태에서 보듯이 시장질서가 교란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데 객관적 장애 못지않게, 아니 더 중요한 정치 리더십의 장애물이 있다. 그것은 바로 주관적 인지의 단순화로 인한 사고와 판단의 오류 가능성이다. 인지 및 정치심리학에서 ‘통합적 복합성’은 외부 현실을 인지하고, 사고 및 판단을 할 때 사안의 다양한 측면을 다양한 시각에서 보고 이들을 일관된 관점으로 통합하는 능력이다. 통합적 복합성이 높은 사람은 단순 흑백논리에서 벗어나 다양한 정보와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난국을 헤쳐갈 묘책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통합적 복합성이 낮은 사람은 사안을 단순화시키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라보며, 이견에 귀를 닫아 편견에서 못 벗어나고 문제 해결로부터도 멀어진다. 통합적 복합성은 개인의 타고난 혹은 학습된 성향에서 비롯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위기상황에서는 신속하고 단호한 의사결정의 압박 때문에 통합적 복합성이 전반적으로 낮아진다.

전 세계를 위협하는 코로나19에서 비롯된 총체적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중국 일본 미국 등 주변 강대국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현실 인식과 사고, 판단에서 저열한 수준의 통합적 복합성을 보였다. 위기 징후를 놓치고, 충심 어린 조언과 제언을 무시하며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생각하고 현실을 외면한 결과 갑작스레 닥친 위기에 속수무책, 우왕좌왕하며 문제를 더욱 키웠다. 회피와 침묵으로 일관하다 사태가 수습국면에 접어들자 갑작스레 자화자찬을 늘어놓는 중국은 물론 올림픽 개최에 매달려 사태를 외면하다 느닷없이 한국에 빗장을 걸어 잠근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를 과장된 것이라고 무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 정치 리더십의 통합적 복합성은 어떠한가? 우리가 세계적으로 자랑할 만한 코로나19의 진단과 방역 능력을 갖추었다지만 그것은 의료진과 공무원들의 피와 땀과 눈물의 성과일 뿐이다. 엄청난 집단감염 사태의 도래를 모르고 조기 종식을 낙관한 뼈아픈 오판.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집단이나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에 단호히 대응치 못하는 무능과 무관심. 선거를 앞두고 표를 얻기 위한 선심을 민생 챙기기인 양 호도하는 무치. 이런 것들이야말로 우리 정치 리더십의 통합적 복합성 수준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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