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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닥치고 회계감리?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기업회계 처리를 투명하게 한다며 국내에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지 벌써 올해로 10년째다. 그러나 주식거래 정지와 검찰 수사까지 몰고 왔던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논란에서 보듯 IFRS 연결재무제표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미래에셋캐피탈이 미래에셋대우를 종속기업에서 관계기업으로 늦게 바꿨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연결재무제표는 지배기업과 종속기업을 한몸으로 처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즉 실질지배력이 있다면 바로 종속기업으로 분류하고 연결회계를 적용해야 한다. 반대의 경우엔 관계기업으로 바꿔 지분법 회계로 분리 적용하면 된다. 1차 방정식처럼 단순해 보이는 분류 방식을 놓고 최근엔 금융감독원과 KT&G 간에 논란이 불거졌다.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KT&G가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에 대해 고의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며 검찰 고발, 임원 해임 등 중징계를 예고하는 조치사전통지를 보냈다.

KT&G는 2011년 트리삭티 경영권을 보유한 싱가포르 소재 특수목적회사(SPC) 렌졸룩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인수에 총 2300여억원을 투입했는데 1대주주인 국민연금의 380억원도 포함돼 있다. 정치권에서는 트리삭티가 2012년 91억원 순손실을 비롯해 2016년까지 적자를 기록했는데도 2017년 무리하게 거액을 투입해 트리삭티 잔여지분을 매입했다며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정치권의 아우성에 금감원이 2017년 11월부터 회계감리를 벌여 내린 잠정결론의 핵심은 KT&G가 실질지배력이 없는 트리삭티를 연결기준서상 종속회사로 분류했으므로 고의 분식회계라는 것이다. 렌졸룩의 최대주주였던 조코가 여전히 트리삭티 대표이사로 있으면서 이사회도 장악하고 있었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들었다.

이에 대해 회계업계 일각에서는 지분이 50%+1주만 돼도 종속회사로 분류하는 게 상식이라는 의견이 많아 향후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회사 재무최고책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지분이 50% 미만이어도 최대주주 역할을 하면 실질지배력을 인정받는다”며 “이사회 구성은 추후에 구성해도 되는 부차적인 사안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 인수 이후 2016년까지 트리삭티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장부를 치장(분식)해 실익을 거둘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다른 주주에 유리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도록 한 ‘이면계약’ 자료를 확보해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2018년 초 국회에서 최흥식 당시 금감원장이 “특별한 혐의는 못 봤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금감원이 2년4개월 동안이나 뒷북조사를 벌인 끝에 연결재무제표를 들고 나온 것은 꿰맞추기식 결론을 내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금감원 측은 감리가 길어진 것은 삼바 사건 이후 실질지배력 문제를 신중히 들여다봤기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그럼에도 금감원에 대해 불신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삼바 사건과 우리금융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 금융사고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인 행동들이 자꾸 잔상으로 떠오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금감원은 삼바 사건 당시에도 2015년 이전의 회계처리에 대한 증선위의 재보완 요구를 거부해 눈치보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KT&G 임원 해임 예고 역시 우리금융처럼 이달 말 주주총회를 앞두고 통보됐다는 점에서 감독 및 회계감리 권한을 정치적으로 휘두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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