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같은 긴급 상황… “문 두드리세요, 언제든 열립니다”

머리 둘 곳 없는 선교사들 안식처 감리교웨슬리하우스

서울 관악구 신림동 감리교웨슬리하우스에 모인 선교사들이 지난 10일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목사님, 방금 카자흐스탄에 도착했는데요. 코로나19 때문에 영주권자라도 한국인은 입국할 수 없다고 해요. 잠시 후 인천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탑니다. 감리교웨슬리하우스에 머물 수 있을까요.”

주은규 선교사가 다급한 목소리로 걸어온 전화였다. 조정진(웨슬리사회성화실천본부 상임이사) 목사가 전화를 받은 건 지난 6일 자정이 가까운 시간이었다.

주 선교사는 인천에서 출국하기 직전까지 카자흐스탄 입국 여부를 타진하다 영주권자는 입국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이륙 후 한 시간쯤 지난 뒤 스튜어디스가 영주권자도 입국이 어려울 것 같다는 소식을 전했다. 선교지를 코앞에 두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7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주 선교사에게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선교사님, 당산동 감리교웨슬리하우스로 가시면 됩니다. 숙소 준비해 뒀습니다.” 조 목사가 보낸 문자였다. 주 선교사는 안내받은 웨슬리하우스로 이동해 짐을 풀 수 있었다.

지난 10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감리교웨슬리하우스에서 만난 주 선교사는 “굉장히 황당한 경험을 한 뒤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숙소가 마련돼 있으니 너무 감사했고 마음도 편했다”면서 “머리 둘 곳까지 없었으면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낼 뻔했다”며 반색했다.

선교사역 17년차인 주 선교사는 카자흐스탄의 문이 다시 열릴 때까지 웨슬리하우스에 머문다. 그는 “한 달이든 두 달이든 머물고 싶은 만큼 머물 수 있다는 게 웨슬리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이렇게 선교사를 배려해 주는 곳이 많지 않다”면서 “코로나19의 빠른 종식과 가지 못하는 선교지를 위해 기도하며 지내겠다”고 했다.

웨슬리하우스는 충남 서산, 경기도 수원 등 전국 아홉 곳에 숙소가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소속 목회자들이 만들었지만, 소속 교단이나 단체와 관계없이 정통교회 선교사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갈 곳 없는 선교사들에겐 특히 더 좋은 안식처다. 현재 전국 웨슬리하우스에 27명의 선교사가 머물고 있다.

최근엔 차량도 빌려주기 시작했다. 모국을 찾은 선교사들에게 가장 필요한 숙소와 차량을 한 곳에서 해결해준다.

한국교회는 파송 선교사 규모에 비해 이들을 위한 숙소가 많지 않다. 숙소를 운영하는 일부 교회나 단체도 대부분 후원 관계에 있는 선교사에게만 제공한다.

선교사들 입장에선 일반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건 비용 부담이 커 엄두를 내기 어렵다. 웨슬리하우스가 선교사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무런 조건 없이 무료로 빌려주기 때문이다.

주 선교사 외에도 코로나19로 입국이 거부된 뒤 웨슬리하우스에서 머무는 선교사들을 또 만날 수 있었다. 일본에서 사역하는 이정선 선교사도 언제 선교지로 돌아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이 선교사는 “지바현에서 사역하는데 선교지로 하루빨리 돌아가고 싶지만,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며 “그래도 기다리는 동안 따뜻한 보금자리에 머물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때문에 가족에게도 신세를 질 수 없어 막막했는데 이런 시설이 있어 큰 시름을 덜었다”고 했다.

연경남 몽골 선교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소속이다. 그는 “웨슬리하우스가 감리교 목회자들이 만든 곳이어서 처음에는 부탁드리기 미안했는데 기우였다”면서 “선교사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안식처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이곳이 없었으면 딸의 작은 신혼집에서 눈치 보며 지낼 뻔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선교사 경건회에서 이상윤 감리교웨슬리하우스 원장이 축도하는 모습. 송지수 인턴기자

웨슬리하우스는 2017년 웨슬리사회성화실천본부(대표회장 홍성국 목사)가 선교사들의 안식을 위해 만든 쉼터다. 실천본부는 계속 쉼터를 늘리고 있다. 최근 인천 무의도와 남동구 논현동에 휴양시설과 숙소를 새로 마련했다. 내부 공사를 마친 뒤 다음 달부터 선교사들에게 개방할 예정이다.

조 목사는 “선교사들이 한국에 들어오는 이유는 굉장히 다양하지만, 급히 입국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선교사들이 언제든 묵을 수 있는 숙소가 필요하다. 웨슬리하우스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웨슬리하우스는 긴급상황에 대비해 항상 한 곳 이상의 숙소를 비워둔다. 그는 “웨슬리하우스의 문을 두드리면 언제나 방을 구할 수 있다”며 “세계선교를 위해 기여한다는 마음으로 늘 편안한 보금자리를 제공하겠다”고 다짐했다.

실천본부는 1만4명이 참여하는 웨슬리하우스 확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교회와 함께 하는 만사형통 운동’은 선교사 쉼터 확충을 위해 매달 1만4명이 1만원을 헌금하는 운동이다.

조 목사는 “1평의 웨슬리하우스를 위한 100만원 헌금 운동도 시작했다”면서 “1호로 경기도 화성 하늘교회가 100만원을 기부했다. 웨슬리하우스를 선교사들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후원계좌: 국민은행 233001-04-329014 (예금주: 웨슬리사회성화실천본부)

문의: 1588-0692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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