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에티켓으로 자리 잡으면서 공연계에도 무관중 온라인 생중계라는 대안이 활기를 띠고 있다. 사진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와 학생들이 손잡고 음악·무용·전통예술 공연을 온라인에서 선보이는 ‘K-Arts 온라인 희망 콘서트’(왼쪽)와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가 지난달 말 유튜브에서 생중계한 공연 ‘재즈 박스’. 한예종,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제공

‘사회적 거리’라는 새로운 예절이 우리 삶에 큰 변화를 주고 있다. 대학에 강의를 나가는 필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학 개강이 늦춰지면서 학교들은 교수들에게 온라인 강의를 적극 권유 중이다. 나름 테크놀로지에 익숙하다고 자평했던 필자를 비롯한 많은 교수들이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한다. 젊은 세대들이 익숙하게 여기는 여러 온라인 촬영 기술과 프로그램, 테크놀로지에 대한 무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서다. 다시 배움의 자세를 가다듬으며 깨닫는다. 4차 혁명 시대가 도래했다고 하지만 대학 수업은 수백 년 전 만들어진 전통적 방식에서 크게 바뀐 게 없다는 사실을.

그런 면에서 공연은 테크놀로지와 가장 인연이 없는, 가장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예술 장르 중 하나다. 그것은 이 장르가 시대에 뒤떨어져서가 아니라 공연장이 주는 감동을 충분히 전달할 대체 기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첨단 장비로 둘러싸인 홈시어터를 완비해도, CD나 블루레이 등이 뛰어나게 음악과 공연을 담아내도 하나의 무대를 둘러싼 실시간 집단 감동의 충격은 그 어떤 기술로도 복제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감동의 순간도 지금은 전염병으로 인해 안타깝게 취소되거나 유예되고 있다.

공연장이 문을 닫으면서 교육계가 그러하듯, 공연계도 온라인을 대안으로 모색하기 시작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19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가운데 안무가 안지형의 ‘히트 앤 런’은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올라가자 예정됐던 6~7일 2회 공연을 모두 취소하는 대신 6일 무관중 네이버 생중계를 진행했다. 그동안 공연계에서 인터넷 스트리밍 방식의 네이버 생중계가 자주 있었지만 무관중 생중계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 인해 공연을 1년 동안 준비한 예술가들의 노력이 다행히 허사로 돌아가지 않았고, 그동안 공연장에 가지 못해 목말라하던 애호가들이 모여들어 1만 개가 넘는 댓글을 받았다.

서울문화재단은 2018년부터 운영해온 공식 온라인 채널 스팍TV를 통해 웹판소리와 서울생활 예술 오케스트라 공연 영상을 소개하는 등 최근 ‘코로나 시대’를 맞아 좀더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전염병으로 개강이 지연되고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는 학생과 교수들이 함께 ‘K-Arts 온라인 희망콘서트’를 제작해 11일부터 31일까지 진행하기로 했다. 국립예술단체들도 문체부 지침에 따라 자신들의 예술적 자원을 동원해 다양한 인터넷 콘텐츠를 제작할 움직임을 보인다. 지역에서는 부산문화회관이 지친 시민들과 의료진들을 격려하기 위해 지난 12일부터 매주 목요일 라이브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실 ‘코로나 19’극복을 위한 무관중 온라인 공연은 정부의 지원이나 보호가 없는 민간 공연기획사에서 처음 시도되었다. 클래식 음악 공연기획사 봄아트가 2월 26일 소속 아티스트인 바리톤 이응광과 더불어 게릴라 랜선 음악회를 모바일로 중계한 것이 그 시초였다. 지금도 이 기획사는 자신들의 채널로 ‘방구석 클래식’이란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런 민간 기획사의 콘텐츠들은 아티스트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제작으로 제작되는 것으로 출연료가 보장되지 않음은 물론이거나 장비와 촬영 기술도 열악하다. 아마 처음으로 온라인 강의를 제작하는 교수들의 심정과 똑같을 것이다. 언제든 또 재발 가능한 이런 재해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공연계는 이런 대안에 점차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그만큼 민간 기획사와 극단, 예술가 개개인의 온라인 공연에도 정부와 공공기관들의 배려와 지원이 공평하게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음악 칼럼니스트·숙명여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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