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교회의 ‘착한 소비’… 코로나에 짓눌린 상인들 웃음 되찾다

지역 소상공인 판매 상품 홍보 경산중앙교회의 ‘선한 영향력’

김종원 경산중앙교회 목사(오른쪽 두 번째)와 교역자들이 지난 3일 교회 내 카페에서 ‘착한 소비 캠페인’ 유튜브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경산중앙교회 유튜브 캡처

“기절할 만큼 맛있는 이 맛, 경산시장에 가서 구매하셔도 되고 택배도 되니까 주문하시면 좋겠습니다.” 여전도사가 사과를 크게 베어 물더니 기절하는 시늉을 하며 엄지를 치켜든다.

아로니아가 들어있는 치즈돈가스를 소개하는 부목사 옆에선 다른 부목사와 여전도사가 돈가스를 직접 먹으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는다. “에어프라이어 180도에서 7분간 앞쪽, 8분간 뒤쪽을 돌려가며 요리하라”며 조리법도 소개한다.

아이들이 착한 소비 캠페인에 참여해 구매한 돈가스를 들고 즐거워하고 있다. 경산중앙교회 제공

상품의 모양과 맛은 물론 조리법과 구매 방법까지, 홈쇼핑처럼 자세히 상품을 소개하는 이 영상은 경북 경산중앙교회(김종원 목사)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착한 소비 캠페인’ 콘텐츠다.

위기의 지역사회, 교회가 나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돼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된 경산에선 지역경제가 극심한 침체를 겪으며 주민들 고통이 커지고 있다. 경산중앙교회는 위기의 지역사회와 이웃을 돕기 위해 착한 소비 캠페인을 시작했다. 경산 지역 소상공인이 판매하는 상품을 소개하고 성도들에게 소비를 독려해 지역경제 회복을 돕겠다는 취지다.

이들은 지난 4일(10곳)과 11일(9곳) 두 차례 콘텐츠를 선보이며 총 19곳에서 판매하는 상품을 소개했다. 품목도 딸기부터 생선 베이커리 꽃까지 다양했다. 교역자들이 출연해 직접 음식을 먹거나 아이돌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등 예능적 요소를 더했다. 하지만 교회가 흔한 ‘먹방 예능’을 패러디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콘텐츠의 유쾌함이 도달하는 최종 목적지가 어려움을 겪는 지역 주민들의 회복에 있기 때문이다. 영상엔 시청자가 상인들과 연락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판매처와 상품 정보가 게재됐다.

상인들은 매출에 도움이 된 것은 물론 힘든 시기에 큰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 때문에 운영하던 베이커리를 휴업한 김지현(25)씨는 ‘남은 재료를 어떻게 소진해야 하나’ 고민하다 오히려 일거리가 늘었다. 방송 후 스콘 주문이 급증해 추가로 재료를 구입해야 했다. 김씨는 “성도들이 구매만 해준 게 아니라 응원과 격려도 함께해 주셨다”며 “어려운 시기에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상품을 구매한 성도들에게도 뜻깊은 시간이 됐다. 착한 소비 캠페인을 통해 생선과 스콘, 딸기 등을 구매한 이지영(41) 집사는 구매한 상품에 덤으로 따뜻한 마음까지 받았다고 했다. 갈치를 주문한 생선가게에선 직접 만든 고등어조림이 함께 왔다. 스콘을 주문한 베이커리에선 여덟 살과 네 살 남매를 돌보느라 외출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 집사를 위해 사장 김씨가 직접 쓴 손편지까지 들고 배달을 왔다. 이 집사는 “교회도 못 가고 집에만 있어서 답답한 마음이 컸는데 ‘힐링’이 됐다”며 “주변에도 이런 캠페인이 있다고 알리고 더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라고 했다.

캠페인을 기획하고 실무를 책임지는 윤신광 목사는 “어려운 시기라 교회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지만, 성도들의 삶은 여전히 현장에 있다”며 “시장 상인들을 직접 만나보고 자영업을 하는 성도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문제를 해결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착한 소비’ 선한 영향력으로

착한 소비의 영향력은 교회를 넘어 지역사회로 퍼졌다. 교회는 성도가 아닌 주민들에게도 참여의 문을 활짝 열었다. 경산시장에서 두부를 파는 권순범(40)씨는 성도가 아니지만 같은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강경덕(62) 집사의 소개로 캠페인에 참여했다. 강 집사는 시장 내 다른 상인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여를 권유했다고 한다.

착한 소비 캠페인에 참여한 강경덕(오른쪽) 하영희 집사 부부가 경산시장 생선가게 앞에서 웃는 모습. 경산중앙교회 제공

권씨는 “코로나19 때문에 가게가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중앙교회에서 왔다’며 두부를 사가는 성도들을 보면서 감사한 마음을 느꼈다”며 “좋은 일을 하는 교회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성도들에겐 지역의 이웃을 돌아보는 기회가 됐다. 딸기를 판매하는 전재한(41) 집사는 이번 캠페인을 ‘행복 바이러스’를 전하는 일이라 소개했다. 캠페인을 통해 40통 넘는 주문 전화를 받은 전 집사는 이번에 느낀 행복을 더 어려운 이웃들에게 흘려보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한 집사님으로부터 힘들어하는 주변 이웃과 딸기를 나눠 먹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제가 받은 사랑을 더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하고 베푸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영상을 보고 경산시장에 가서 생선과 두부를 구매한 이경진(49)씨는 이번 움직임이 교회를 넘어 더 다양한 분야로 퍼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씨는 “지역사회를 돕기 위해 앞장서는 교회 모습에 감동했다”며 “교회 외에도 사회 전반에 이런 움직임이 많이 일어나면 위기를 이겨내고 화합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원 목사는 이번 캠페인을 ‘호수에 돌을 던지는 일’이라고 소개했다. 돌을 호수에 던지면 그 파문이 번져나가듯, 선하고 긍정적인 교회의 영향력을 지역사회로 퍼뜨리는 일이라는 것이다. 김 목사는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적어도 이렇게 사는 게 ‘그리스도인의 삶’이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계기만 되더라도 감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연약해 보이는 십자가 정신이 위기의 순간 그 영향력을 발휘하듯 이번 캠페인이 교회의 선한 영향력을 널리 확산시키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신청하기

국내외 교계소식, 영성과 재미가 녹아 있는 영상에 칼럼까지 미션라이프에서 엄선한 콘텐츠를 전해드립니다.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