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아시아 유럽 북미로 시간대를 바꿔가며 전 세계 주가지수가 급락하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에는 ‘이번 경제 위기는 다르다’는 시장참여자들의 공포가 자리잡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지난 3일 ‘빅 컷(통상보다 큰 금리 인하)’이 이런 공포심에 불을 붙인 측면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요동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글로벌 경제에 유례없고, 대응하기 매우 어려운 도전이라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자산시장 버블과 모럴 해저드에서 비롯된 2008년 글로벌 위기는 본질적으로 금융 문제였다. 그래서 패닉에 빠진 시장에 신속하게 유동성을 공급한 연준의 조치가 먹혔다. 지금은 통화정책을 조정한다고 방역 조치 일환으로 멈춰 선 공장 생산라인이 재가동되지 않는다. 금리를 내린다고 바이러스 확산을 우려해 쇼핑몰 가기를 꺼리는 소비자의 마음이 바뀌지도 않는다. 소비자들의 관심은 비용이 아니라 건강, 안전에 있기 때문이다.

재정정책도 한계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정부의 코로나 추가경정예산의 핵심은 2조원가량의 소비쿠폰이다. 하지만 쿠폰을 나눠주더라도 바이러스 확산 위험이 여전하다면 식당이나 전통시장을 찾아가 소비할 인구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불필요하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코로나 사태로 치명타를 입은 소상공인과 기업에 대한 긴급 지원도 당연히 해야 한다. 다만, 정책 당국이 그동안 전가의 보도처럼 써 온 정책수단들이 이번에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방역 따로 경제 따로’가 아니라 방역이 최선의 경제대책일 수 있다. 배리 아이켄그린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프로젝트신디케이트 기고에서 “경제학자와 정책담당자는 감염병학자와 보건실무자가 취하는 조치가 ‘적합한 수단’이라는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정책 당국간 협력과 방역 당국에 자율성 부여, 투명성이 팬데믹 전선의 표어가 돼야 한다고 했다.

배병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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