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의 올림픽 강행론이 12일(한국시간) 세계보건기구(WHO)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팬데믹’ 선언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사진은 지난 1월 24일 일본 도쿄만 레인보우 브리지에 설치된 오륜마크를 촬영하는 시민의 모습. AP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은 정상적으로 개최될까. 세계보건기구(WHO)가 12일(한국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면서 ‘올림픽 강행’ 기조를 굽히지 않던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는 이제 새로운 선택의 순간을 맞게 됐다.

일본 정부는 WHO의 경고에도 “올림픽을 예정대로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했지만, 물밑에선 연기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이제 일본 국민마저 올림픽의 정상적인 개최를 비관적으로 보는 비율이 높다. 남은 것은 올림픽 취소 권한을 가진 IOC의 선택뿐이다. IOC는 예정대로 오는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도쿄에서 올림픽을 개최할 것인가.

“예정대로” 일본, 의지와 다른 현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WHO의 팬데믹 선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국제사회와 협력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일본 정부의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올림픽을 예정대로 개최할 수 있도록 IOC,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도쿄도와 긴밀히 연락해 준비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올림픽 개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세계적 대유행 단계에 들어갔다는 WHO의 경고에도 일본 정부는 올림픽 강행 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의지와 다르게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 WHO가 코로나19 확산세를 ‘위험’ 수준으로 공식화하면서 올림픽 비관론이 더욱 힘을 얻을 전망이다. 각국 선수의 개인적 선택, 혹은 IOC 회원국 국가올림픽위원회의 집단행동으로 ‘보이콧 러시’가 이어질 수 있다. 일본 정부도 이미 그 가능성을 대비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아베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를 활용해 미국에도 나쁜 선택이 아닌 1년 연기를 제안하는 방안이 일본 정부 안에서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식석상에서 올림픽 강행론을 고수하지만, 물밑에서 연기를 준비하는 등 출구전략에 나선 듯한 모습이다.

올림픽 개막을 1년 앞둔 지난해 7월 24일 도쿄 국제포럼센터 회담장에 나란히 앉은 아베 신조(오른쪽) 일본 총리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신화뉴시스

올림픽 비관론은 일본 내에서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일본 공영방송 NHK가 지난 6일부터 사흘간 전국 18세 이상 남녀 124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올림픽이 예정대로 개최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45%였다. ‘정상 개최’를 택한 응답자(40%)보다 많았다. 오래 전부터 제기된 방사능 오염 위험에도 흔들리지 않던 일본 국민의 올림픽 개최 의지도 코로나19 앞에서는 꺾인 것이다.

다카하시 하루유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은 지난 11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올여름에 올림픽을 개최할 수 없다면 1∼2년 연기가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프로야구·유럽 축구 등 메이저 경기 일정을 고려할 때 올해 지연 개최는 어렵다는 게 다카하시 위원의 판단이다. 그는 “내년 스포츠 이벤트 일정이 거의 정해져 있어 2년을 연기하는 쪽이 수월하다. 4월부터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직위원회 임원 35명 가운데 한 명인 그의 발언을 개인적 의견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이미 되돌릴 수 없는 ‘돈 잔치’

올림픽은 206개 회원국이 4년마다 한 번씩 같은 장소에서 2주 동안 스포츠 축제를 벌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이벤트다. 가장 먼저 움직이는 것은 당연히 자본이다. 일본 정부는 이미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일본 정부·공단·공사의 결산을 담당하는 회계검사원이 지난해까지 지출한 간접비용만 벌써 1조엔(약 11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올해 중으로 지출할 비용까지 추산하면, 일본 정부는 올림픽 개최를 위해 3조엔(약 34조5000억원) 이상을 지출할 것으로 보인다.

SMBC닛코증권은 올림픽 취소에 따른 손실액을 7조8000엔(약 81조5000억원), 이로 인한 일본 국내총생산(GDP) 하락폭을 1.4%로 보고 있다.

올림픽 취소에 따른 손실은 일본 정부만 떠안는 것이 아니다. IOC와 계약한 기업, 방송사의 손실까지 합산하면 전 지구적으로 천문학적인 자본이 증발한다. 올림픽 중계방송사인 미국 NBC는 이미 12억5000만 달러(약 1조5000억원)어치의 광고를 판매했다. IOC 타이틀 스폰서의 후원금, 그 안에 진입하지 못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들의 상업 활동을 위한 계약금을 다시 정산하는 일도 복잡하다. IOC 타이틀 스폰서의 경우 이번 도쿄올림픽에는 도요타(자동차), 파나소닉(전자), 브리지스톤(타이어·카본) 등 일본 기업 3개를 포함한 13개다.

취소의 대안으로 제시된 무관중으로 개최될 경우의 손실도 만만치 않다. 일본 간사이대는 무관중에 따른 경제 손실을 최소 233억엔(약 2700억원)으로 추산했다. 여기에는 각국 선수와 체육단체 임원, 미디어 관계자, 관광객이 예약한 숙박·항공료의 변경이나 취소에서 발생할 손실액은 아예 집계조차 되지 않았다. 대회의 권위, 회원국 간 신뢰, 각국 선수들의 노력과 같은 표면상의 이유까지 감안하면 IOC가 올림픽의 취소는커녕 연기를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팬데믹 선언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2020 도쿄올림픽 성화가 12일(한국시간) 그리스 고대도시 올림피아에서 채화됐다. 사진은 첫 번째 성화에 불을 붙이는 그리스 사격 국가대표 안나 코라카키(왼쪽). 그는 올림픽 성화 봉송 사상 최초의 첫 번째 여성 주자가 됐다. AFP연합뉴스

IOC는 개최지에서 전쟁을 포함한 참가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를 판단해 취소를 결정할 수 있다. 개최 도시에 ‘취소 검토’를 통보하고 60일 안에 상황이 호전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하게 된다. IOC가 그동안 올림픽 취소를 단행한 사례는 하계 3회, 동계 2회로 모두 5차례다. 모두 1·2차 세계대전이 이유였다.

IOC는 지난 4일 최상위 의결 기구인 집행위원회 성명을 내고 “올림픽을 계속 준비하라”고 선언했다. 이 성명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혼란에 빠진 회원국들의 문제제기를 일축하는 효과를 냈다. 각국 선수들은 시계를 올림픽 본선에 맞추고 훈련과 경쟁을 계속하고 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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