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리더들, 팬데믹 적색경보 울렸지만… 공조는 미지수

메르켈 “60~70% 감염 우려” NYT “전염병 무시 트럼프와 대조”

미국 오하이오주 데이턴시의 경찰과 데이턴대학경찰이 지난 11일(현지시간) 길거리 파티에 나선 대학생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진영을 갖추고 있다. 데이턴대를 포함한 다수의 대학은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대면 수업을 취소하고 온라인 강의로 전환한 상태다. 이날 경찰은 최루탄을 동원해 수백명의 학생 무리를 해산시켰다. AP연합뉴스

코로나19에 대한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선언을 주저하던 세계보건기구(WHO)가 결국 이를 선언했다. 글로벌 리더들도 일제히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위기라는 공감대가 있지만 국제적인 공동 대응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1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특징지어질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며 팬데믹을 공식 선언했다.

팬데믹이 선언된다고 해서 각국에 어떤 의무가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각국은 WHO의 선언을 근거로 방역 정책 기조를 바꿀 수 있다. 전 세계 도처에 이미 코로나19가 퍼져 있는 단계에선 감염병 유입 차단을 위한 봉쇄보다는 사태 완화에 방점이 찍히게 된다.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우리는 각국에 매일 신속하고 공격적인 대응을 촉구해 왔다”며 “각국이 감지, 검사, 진료, 격리, 추적을 위해 인력을 동원하면 소수의 코로나19 사례가 집단으로, 집단이 지역감염으로 악화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의 지도자급 인사들도 코로나19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강력한 경보음을 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문가들은 현 상황이 계속되면 인구의 60~70%가 감염될 것이라고 말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백신도, 치료제도 없다. 무엇보다 관건은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를 늦추는 것”이라며 “우리의 연대와 이성이 시험대에 올려져 있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터키 방역 당국 관계자가 보호복을 착용하고 이스탄불에 위치한 킬릭 알리 파사 사원을 소독하는 모습. 이날 터키에서는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메르켈이 정치인이 되기 전 물리학자였음을 거론하며 “전염병을 무시해버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진부한 설명만 늘어놓는 다른 세계 정상들과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고 전했다. 근거없는 희망이 아닌 현실을 직시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유럽이 코로나19에 대항해 조율된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심각한 경제적 충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위기에 대한 이 같은 공감대가 실제 국제 공조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분위기다. NYT는 “세계 지도자들이 이제야 팬데믹의 심각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미국이 과거의 지휘자 역할을 더 이상 맡지 않는 국제사회에서 그들의 모습은 합창단이라기보다는 불협화음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부 내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과학적 조언에 따르기보다는 여행 금지, 입국 제한 등의 봉쇄정책에 치우친 모습을 보이며 세계 다른 지도자들과 협력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는 이날도 명확한 근거 없이 유럽에서 들어오는 여행객들에 대한 입국 금지를 발표했다.

트럼프뿐만이 아니다. 중국, 이란, 유럽 등지의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전염병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폄훼하고 대중에게 즉각적인 호소력을 발휘하는 외부인 차단 조치를 주장했다. 전염병 사태를 악용해 외부 세계에서 유입되는 모든 것에 대한 두려움을 조장하며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각국이 서로를 차단해야 하는 악으로 규정하면서 바이러스에 맞선 국제사회 공동전선을 꾸리는 일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 존스홉킨스의대 집계에 따르면 12일 오후 3시30분 기준 전 세계에서 12만6258명의 확진자와 463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중국에서 첫 감염자가 보고된 지 70여일 만이다. 피해 국가도 110개국을 훌쩍 넘어섰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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