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국발 입국자를 전면 차단하지 않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방치했다는 비난은 온당치 못하다. 입국 금지가 제대로 효력을 발휘토록 하려면 늦어도 2월 초 안에는 조치를 취했어야 했을 것이다. 당시는 국내 확진자 수가 20명 남짓이었고 증가세 역시 하루에 고작 1~2명 늘어나는 데 그치던 때였다. 한·중 경제 의존도, 사드(THAAD) 갈등 이후 채 아물지 않은 양국 외교관계를 감안하면 정권 입장에서 중국인 전면 차단은 쉽게 꺼내 들 만한 카드가 아니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방한이라는 흔치 않은 외교 이벤트까지 앞둔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그랬다.

물론 이 정권이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고 근시안적 판단을 내렸다고 비판할 수는 있다. 하지만 몇 달 뒤 일어날 일을 낱낱이 꿰뚫어 보고 당장의 경제적·외교적 불이익을 감수하는 결단을 내릴 심모원려를 갖추지 못했다는 비난이 과연 합리적인가. 특히 신천지라는 사이비 종교가 ‘배양접시’가 돼 감염자 수를 수천 단위로 폭증시킬 것이라는 예상은 SF적 상상력으로도 쉽지 않았다. 만약 그런 예지력이 있었다면 아마 세종대왕에 비견할 위대한 지도자 반열에 올랐을 것이다. 아쉽게도 이 나라의 방향타를 잡은 사람들은 그렇게 위대한 지도자는 아니다. 기껏해야 평균이거나 평균을 약간 웃도는 수준일 뿐이다.

초인적 능력을 갖추지 못한 정권으로서는 그저 주어진 상황에서 원칙을 세우고 국가적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 외에는 방도가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면적 입국 금지가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경 개방이라는 원칙을 지키며 코로나19 사태를 수습 국면으로 돌려놓은 나라는 현재로선 한국뿐이다. 합리적 방역 체계와 최첨단 정보기술(IT), 격조 높은 시민의식이라는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다. 외신들은 중국 우한 봉쇄 같은 경악스러운 조치를 취하지 않고 국민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면서 질병 확산을 차단하는 한국식 방역 체계가 자유세계의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 정권이 사태의 고비마다 아쉬운 판단을 내렸던 것도 사실이다. 사태의 추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조기 종식’을 언급한 건 섣불렀다. 마스크 수급을 둘러싼 난맥상도 결코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 외교적으로 다소 중국 눈치를 보는 듯한 태도를 취한 것 역시 지적할 만하다. 이 점에선 외신 평가도 비슷하다. 적어도 이 정권이 비범한 예지와 탁월한 영도력으로 국난을 극복하고 있다고 호들갑스럽게 찬양하는 외신 보도는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현 대통령을 ‘중국 대통령’이라고 비난하는 건 과도하다. 위에도 썼지만 평균 또는 평균을 약간 웃도는 수준의 지도자임을 감안해야 한다. 이 정권에 실책이 없는 것은 아니나 도를 넘는 책임을 묻는 건 공정치 못하다. 더구나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금융위기 조짐까지 나타나는 등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상황에서 국론 분열은 이롭지 않다. 솔직히 말해 야당이 집권했다고 지금보다 크게 달라질 게 있을지 의문이다.

이 정권을 열렬히 지지한다는 사람들도 방향은 다르지만 비슷한 착오를 저지르고 있다. 이들은 현 대통령이 위대한 지도자이며 코로나19 대응에 일점일획의 오류도 없다고 진지하게 믿는 것 같다. 그들의 괴괴망측한 논리는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특정 지역 감염자들에게 온통 덮어씌운다. ‘대구 사태’라는, 지역감정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훤히 보이는 몰지각한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과거 지역감정이 가장 극심했던 대구와 광주가 ‘달빛동맹’이라는 멋진 이름으로 지방자치단체 간 방역 협력의 모범을 보여주는 작금에 이 무슨 시대착오인지 모르겠다. 자신들의 언행이 이 정권을 응원하는 건지, 도리어 훼방을 놓는 건지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조성은 정치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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